돈 - 충신 - 친구 없는 김정은… 2015년 큰 시련 부닥칠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北 김정은 권력세습 3년]<下>여전히 불안한 권력기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리더십은 내년에 큰 시련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대내외 상황을 관찰해온 정부 당국자가 11일 이같이 전망했다. 권력세습 3년째인 김정은이 처한 대내외 환경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다. 다른 당국자는 “김정은이 대외 교역-내부 권력 문제-외교 세 분야에서 사면초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관측은 북한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돈도 없고 친구도 없는 데다 믿을 만한 내부 조직까지 흐트러진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만 높아진다는 우려에서다.

○ “통치자금 부족 직면 가능성”


김정은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막대한 돈을 퍼부었다. 돈은 권력 안정화를 위한 홀로서기와 체제 단속을 위한 ‘마술의 지팡이’였다.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동안 수입은 점점 줄어든 것으로 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이 3년간 평양의 일부 특권층이나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성 건설사업 및 북한 권력층을 상대로 한 선물 정치에 쓰려고 수입한 사치품 규모는 22억2000만 달러(약 2조4420억 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기 완공을 독려하는 ‘속도전’을 앞세운 아파트 공사 등 대규모 건설사업도 이어졌다.

이런 ‘사치’는 김정은 집권 3년간 북한 경제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하자원 등 광물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경제 안정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은 광물 수출로 먹고사는 북한에 타격이 된다. 2010년 석탄 1t의 국제시장 가격이 120달러였으나 지금은 60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하락한 국제 단가로 수입하려 하고 북한은 옛 가격으로 수출하려다 보니 북-중 간 가격 갈등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임가공 및 노동력 수출, 관광 수입 세 분야에서 ‘새로운 외화벌이’의 돌파구를 찾으려 시도하지만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라는 걸림돌이 등장했다. 정보 당국 소식통은 “북한의 무기 수출과 해외 투자 유치, 대북 지원도 전반적으로 줄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대외 수익사업을 노동당 39호실로 뺏어왔지만 자금 부족은 심화되고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통치자금이 바닥나면 제한된 자원으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던 김정은식 리더십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기관들이 각자 시장에서 돈을 벌 수밖에 없어 시장활성화 정책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의 통치자금 부족이 북한 내부의 시장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조직지도부, 제2의 장성택 되나”

김정은이 복사뼈 수술로 9, 10월 40일간 잠적한 이후 북한 파워엘리트의 권력 구도에도 균열이 생겼다.

올해 4월 황병서가 최룡해를 밀어내고 군 총정치국장 자리에 오를 때만 해도 조직지도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김정은이 다시 등장하자 김정은의 여동생인 백두혈통 김여정과 최룡해 등 빨치산 2세가 전면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중반부터 장성택의 그림자를 지우는 2차 숙청이 이어졌는데 유독 노동당 조직지도부, 지방당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조직지도부의 힘이 너무 커지자 김정은이 권력에 위협이 된다고 봤고, 그래서 거꾸로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강경이냐 타협이냐 선택 고비”

인권 문제를 고리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과 북-중 관계 경색의 조짐을 보이는 외교적 고립도 심화됐다.

이달 중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고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되면 북한 체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북 소식통은 “올해 중반처럼 다시 한번 강경으로 갈 것이냐 타협으로 나올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김정은에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고 공을 들이는 북-러 경협도 극동 개발에 사활을 건 러시아가 한국의 참여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갈 곳이 없는 김정은이 내년에 남북대화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김정은#권력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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