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얘기 잘못하면 영창 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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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건 이후 입 닫은 병사들… ‘상부 허가없이 얘기말라’ 함구령
“휴대전화 녹음-촬영말라” 경계… “그런 가혹행위 없다” 부대 두둔도

“인터뷰한 거 걸리면 영창 갑니다.”

병사들의 말투는 딱딱했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이후 병영 내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A 상병(22)은 “휴대전화로 녹음하거나 사진 찍으면 안 된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B 일병은 “상부의 허가 없이 외부에 군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윤 일병 사건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 병사들은 터미널 내 텔레비전에서 윤 일병 뉴스가 나오자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봤다. 전모 병장(23)은 “저런 부조리는 거의 없는데 소수 사례 때문에 모든 군인들이 폭력적으로 비치는 것 같아 분위기가 별로다”라며 불편한 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상인들도 안타까워했다. 터미널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유모 씨(44·여)는 “애들에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물어보려다 참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일병 사건이 벌어진 28사단에서 30년 전 복무했다는 김모 씨(54)도 “내가 있을 때나 지금이나 군은 달라진 게 없다”며 군을 비판했다. 이날 터미널에는 28사단을 상징하는 ‘태풍’ 마크가 붙은 군복을 입은 사병은 없었다.

이날 강원 춘천시 온의동 춘천시외버스터미널은 휴가 나온 장병들로 북적였다. 이 터미널은 춘천을 비롯해 화천, 양구 지역의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이 휴가를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이다.

장병들은 들뜬 표정이었지만 최근 윤 일병 사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고 묻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곤 한결같이 “우리 부대에서는 그처럼 지속적이고 잔혹한 가혹행위는 없다”며 소속 부대를 두둔했다. 최모 상병은 “그런 가혹행위는 우리 부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장병들이 줄을 이었다. 채모 일병도 “우리 부대뿐 아니라 다른 부대에 근무 중인 친구들에게서도 윤 일병 사건과 같은 심각한 가혹행위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사건을 통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군대 내 가혹행위가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방지역 상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병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고 전했다. 강원 화천군 화천읍의 서점 주인 김모 씨(46)는 “부대 내 큰 변화는 없지만 자칫 작은 실수도 본보기 사례로 걸릴 수 있어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이런 때일수록 휴가나 외출, 외박 등 은 평소보다 빡빡하지 않아 주말의 지역 경제에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 / 춘천=이인모 기자

전현우 인턴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영창#윤일병#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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