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행정관이 ‘채동욱 의혹’ 조회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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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단서 확보… 윗선 여부 수사확대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채모 군의 개인정보 무단 조회·유출 과정에 청와대 조모 행정관(54)이 개입한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48) 휘하 직원인 데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울시에서 함께 일한 것으로 밝혀져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캐기 위해 윗선이나 외부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최근 조이제 서울 서초구 행정지원국장(53)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 행정관이 조 국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조 국장은 처음엔 “(가족부 조회를) 누가 부탁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검찰이 복원된 문자메시지를 바탕으로 추궁하자 “기억이 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 결과 조 행정관은 올해 6월 11일 채 군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조 국장에게 문자로 알려준 뒤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행정관에게서 부탁을 받은 조 국장은 가족부 조회 및 등본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서초구 OK민원센터 소속 김모 팀장에게 주민번호와 이름을 알려줘 채 군의 가족부를 조회했지만 주민번호가 틀려 조회가 되지 않았다. 조 행정관은 조 국장에게 주민번호를 다시 보내줬고 조 국장은 이를 다시 김 팀장에게 알려줘 가족부를 조회하도록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정 업무와 관련이 없는 총무시설팀 행정관이 채 군의 가족부 조회를 부탁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채 군의 가족부를 조회한 6월 11일은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 결과 발표(14일)에 앞서 원 전 원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 방침을 사전 브리핑해 사실상 수사 결과를 발표한 날이다. 국정원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날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조 행정관은 서울시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 담당 팀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청와대로 파견돼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계속 신임을 얻어 지난해 4월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뒤 청와대 총무시설팀 총괄행정관 보직을 맡고 있다.

이에 앞서 조 행정관이 조회를 부탁한 조 국장 역시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원 전 원장의 비서관을 지냈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조 국장과 서울시에서 같이 근무하며 쌓은 친분으로 이 같은 부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원 전 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시 인맥’이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조 행정관은 “조 국장에게 (가족부 조회를) 부탁한 적이 전혀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수석보좌관을 지내는 등 15년간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검찰은 조만간 조 행정관을 소환해 가족부 조회를 부탁한 이유와 이 비서관이나 고위공직자 사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조회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청와대 윗선이 개입했는지는 확인된 바는 없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에 원세훈 전 원장의 라인이 이번 사안에 개입했는지 아니면 새롭게 청와대에 들어온 인사들이 주도했는지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경우든 사실로 확인되면 ‘채 총장 몰아내기’에 대한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채동욱 의혹#검찰#청와대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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