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 보고없이 국정원 직원 체포… 댓글 수사팀장 업무 배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 검찰 수뇌부-수사팀 또 충돌

서울중앙지검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특별수사팀의 팀장이 상부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검찰 지휘부가 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시켰다. 그러나 팀장이 업무 배제 명령을 받은 상황에서도 수사팀은 이튿날 또다시 보고 없이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항명 파동은 검찰 조직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올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벌어졌던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17일 오전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에 특정 정당을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글을 쓰고 퍼 나른 혐의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 3명을 체포해 15∼16시간 조사했다. 국정원 측은 “국정원 직원법 23조에 따른 기관 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수사팀은 이들을 밤늦게 귀가 조치했다. 특별수사팀은 16일 법원에서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및 주거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며 같은 날 압수수색을 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수사팀은 영장 발부와 집행 사실을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조 중앙지검장은 17일 오후 6시 10분부터 윤 팀장을 특별수사팀 업무에서 배제하는 명령을 구두와 서면으로 내렸다.

그러나 특별수사팀은 18일에도 공식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 50분경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공판이 진행 중인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새로 포함된 공소 사실에는 트위터에 5만5689번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옹호하는 글을 쓴 혐의가 포함됐다.

이에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서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8일 “특별수사팀은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 검찰보고 사무규칙 등을 위반했다”며 “진상 파악 후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차장검사급 이상의 지휘 또는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지휘부의 판단이다.

특별수사팀은 올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거나 퍼 나른 의혹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고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수사팀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수사를 해왔고, 최근 이 같은 글이 올려진 계정을 국정원 직원들이 개설한 사실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와 공안 검사들을 중심으로 더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은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친 특수통으로 현재 여주지청장을 맡고 있다. 올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막바지 국면에 “원 전 원장을 구속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과 “공직선거법 적용은 무리”라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및 공안통 검사들의 의견이 충돌해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졌을 때 한 언론은 “윤 팀장이 인터뷰에서 ‘황 장관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윤 팀장은 보도 직후 그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결국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수사팀장을 비롯한 수사팀은 당시 채 총장이 인선했다. 윤 팀장은 18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국정원을 살리기 위해 ‘검찰 죽이기’에 나섰다. 더이상 검찰 중립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 조치는 ‘채동욱 찍어내기’에 이은 제2의 찍어내기로, 도끼 만행 수준의 조치”라고 반발했다. 반면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검찰에 의하면 수사상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라고 한다. 검찰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정원#댓글수사#서울중앙지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