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상반기 투자, 年목표의 35%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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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투자하는 분들 업고 다녀야 한다” 했는데…
경기침체 지속에 정책 불확실성 겹쳐 기업 설비투자도 13개월 연속 하락

박근혜정부 집권 첫 상반기(1∼6월)에 주요 그룹의 투자가 목표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진행률을 점검한 결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실제 투자는 이들이 밝힌 연간 투자계획의 3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30대 그룹의 투자진행률은 45%였다.

4대 그룹이 상반기에 투자를 집행한 금액은 33조4000억 원 수준이다. 4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은 95조6000억 원(현대차는 자동차 분야만 포함)이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41%로 그나마 나은 편이고 LG(39%), 현대차(34%)는 30%대에 머물렀다. SK의 투자진행률은 28%로 부진했다. 일부 그룹은 착오로 6월 투자실적을 누락했거나 일부 계열사의 투자를 빠뜨렸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포함해도 4대 그룹 평균은 40%에 못 미친다. 나머지 30대 그룹 중 상당수는 아직 투자 실적 집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며 하반기(7∼12월) 최우선 과제로 기업 투자 확대를 꼽았다. 이에 앞서 4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규제를 확 풀어야지 찔끔찔끔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투자를 강조했다. 그렇지만 투자의 주체인 주요 대기업은 꿈쩍 않고 있는 형국이다.

4대 그룹의 투자 지연은 상반기 내수경기 침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경기를 되살리려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민간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상반기에는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1.6% 감소해 ‘투자 냉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 하락세는 1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주요 그룹이 투자를 미루는 것은 △내수(內需) 침체 △선진국 소비 침체 △대(對)중국 수출 감소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공습’이 겹친 사상 초유의 사중고(四重苦)로 경제 환경이 어려운 탓이 크다. 재계는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점도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드라이브에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대주주의 지분을 무력화하거나 비용을 크게 늘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공정거래법, 상법 개정안과 통상임금 문제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며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기업들은 입법 상황을 보면서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석·문병기 기자 nex@donga.com
#DMZ#박근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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