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참모들과 대책회의… “4대강은 대운하와 무관” 성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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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4대강 감사 결과 파장

이명박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다 민주당도 국정조사까지 주장하자 이 전 대통령 측은 11일 성명을 내고 공식 대응에 나섰다.

○ MB, 핵심 참모들과 논의 후 유감 성명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핵심 참모들과 만나 감사 결과를 놓고 대응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무원들이 물일(물과 관련된 사업)의 특징을 잘 모른다”면서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고 다른 공사나 사업과는 좀 다르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최경환(오른쪽),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새누리당 최경환(오른쪽),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했던 양건 감사원장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참모들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반박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자칫 감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명의의 유감 성명에서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다”면서 “이 전 대통령도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고, 정부도 대운하를 전제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특정 현안에 대해 성명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박 전 대변인은 “대운하를 전제로 했다면 보마다 공도교를 설치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감사원이 대운하와의 연관성의 근거로 지적한 수심 6m 구간도 극히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한강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구간은 3∼4m로 시공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도교는 보(洑) 위에 설치된 다리이며 (충남 금강) 세종보를 제외한 모든 보에 설치돼 있다”면서 “최소 수심은 한강이 3m, 낙동강은 구미를 기준으로 상류가 4m, 하류 6m, 금강은 백제보 기준으로 상류 2.5m, 하류 4m, 영산강은 승천보 기준 상류 2.5m, 하류 5m”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변인은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이미 두 차례 실시됐고 이번 발표가 세 번째인데 앞선 감사에서는 사업의 적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없다”면서 “4대강 살리기가 그 본질을 떠나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대강 살리기는 이미 유엔을 위시한 국제기관들이 성공사례로 평가하고 있고, 여러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려 할 만큼 국제적으로 객관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4대강 살리기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도 반발했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현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정치성 감사’를 했다”면서 “청와대가 감사원에 휘둘려 이명박정부의 핵심 업적인 4대강 사업을 국민을 속인 부도덕한 사업으로 매도한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일묵여뢰(一默如雷·침묵은 우레와 같다)’라는 네 글자를 남겼다. 불교 경전 유마경(維摩經)에 나오는 말로 현 정국에 침묵하는 이유가 할 말이 없어서는 아님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측과 친이계는 속으론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청와대와 정면충돌하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정면 대응할 수 있는 정치적 세(勢)가 약한 데다 유감 표명 외에 달리 대응할 방안도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 4대강 관련 상임위 조속 가동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받기 위해 7월 관련 상임위를 가동키로 합의함에 따라 대운하 재추진 논란은 정치권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상임위를 조속히 가동해 보고를 받기로 했다”면서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이 관련 상임위”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4대강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당 차원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 차원에서 감사 결과를 분석하고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감사원이 MB 정권 때 감사를 잘했으면 문제가 없었던 것인데 감사원 자체의 문제다. 감사원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고성호·권오혁 기자 sungho@donga.com
#이명박정부#한반도 대운하#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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