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정상회담 13개 추진사항 중 北에 껄끄러운 것은 형식적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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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유해송환 딱 한차례 꺼내… 서해공동어로 등은 장시간 대화 오가

통일부는 2007년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 부처 의견을 종합해 우리 정부가 북한과 합의해야 할 13개 사항을 정리했다.

정상회담 1개월 반 전인 8월 12일 통일부가 관계 부처 의견을 종합해 만든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기본방향(안)’ 비공개 문서에 따르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본보 2008년 10월 23일자 A2면… [단독]10·4 정상회담때 추진한 ‘13개 목표’ 성과는

▶본보 24일자 A10면… [2008국감]“북핵 불능화 완료땐 10·4 경협합의 이행”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10월 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첫머리에 “과거 전쟁 시기와 그 이후에 소식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불행한 과거를 마무리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큰 틀에서 해결이 되기를 바란다”며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해 우회적으로 한 차례 언급했다. 이후 회담이 진행되는 4시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10·4선언에서도 관련 내용이 빠졌다. 노 전 대통령은 4일 귀환 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납북자 문제 등은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거두었다. 해결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이 13개 사안에 대해 빠뜨리지 않고 한 번씩 언급은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크게 공감하지 않거나 아예 대꾸를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도 북한이 껄끄럽게 여길 만한 것들은 더이상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결국 13개 항목 중 실제 10·4선언에 최종 합의사항으로 오른 것은 5개뿐. 나머지 6개는 합의에 실패하고 2개는 부분 반영됐다.

정상회담 합의 추진사항 중 첫 번째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 명시’였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이번 회담이 아닌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안심시키기 위해 핵문제는 이렇게 풀어간다는 수준의 확인을 한 번 해주시면 더욱 고맙겠다. 안 그러면 내가 해명을 많이 해야 되고 (공동선언에) 한 줄 들어 있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관철시키겠다는 것보다 국내 여론을 위해 선언에 한 줄 넣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또 다른 추진사항인 ‘6·25전쟁 시 사망한 군인 유해 발굴 및 송환에 대한 정상 간 공감대 형성’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회담 첫머리에 “한국전쟁 시 사망한 쌍방 군인들의 유해 발굴 송환 같은 것도 우리가 한 번 대화를 시작해 봐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반면 정부의 추진사항 중 ‘서해 남북공동어로구역 조기 설정’ 항목은 또 다른 추진사항인 ‘남북 주도의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구축 노력’과 맞물려 장시간 동안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해 평화지대’ 제안에 대해 “평화지대로 하는 건 반대 없다”면서도 여러 차례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하고 평화지대를 선포한다 하고 이걸 해당 관계 부처들에서 연구하고 협상하기로 하자”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를 관철시키려고 했다.

NLL 문제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우리 측 주장을 수용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정상 간 결단사항’으로 분류돼 있다. NLL 문제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재량에 맡기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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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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