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갈등, 정상회담 - 위기관리체제-FTA로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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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국제학술회의]
‘한중일의 꿈과 현실’ 국제심포지엄
화정평화재단 - 아사히신문AJW - 中현대국제관계硏 공동주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근혜-시진핑-아베 시대 한중일의 꿈과 현실’을 주제로 한중일 연례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타국을 자극하는 정치인의 언행 자제가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3국의 공동 현안인 북핵 해결을 위해 ‘한중일+1(북한) 회의체’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근혜-시진핑-아베 시대 한중일의 꿈과 현실’을 주제로 한중일 연례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타국을 자극하는 정치인의 언행 자제가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3국의 공동 현안인 북핵 해결을 위해 ‘한중일+1(북한) 회의체’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일 및 중-일 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한중일 3국에는 모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5월 하순에 개최할 예정이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연기됐다. 북한 핵과 미사일로 인한 정세 불안은 여전한데도 한중일 3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일본 아사히신문 아시아재팬워치(AJW)포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박근혜-시진핑-아베 시대 한중일의 꿈과 현실’을 주제로 한중일 연례국제심포지엄을 열고 3국이 추구해야 할 협력체제와 그 구축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1부 ‘한중일이 지향하고 만들어가야 할 미래’, 2부 ‘한중일에 바란다’, 3부 종합토론으로 나눠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3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 등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심포지엄 사회는 1부를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 2부를 방형남 21세기평화연구소장, 3부를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이 맡았다.

○ 갈등으로 대화 중단되는 사태 ‘심각’

전문가들은 한중일 관계가 20∼30년 전에 비해 현격히 후퇴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마쥔웨이(馬俊威) CICIR 일본연구소 부소장은 “1972년 중-일 수교가 맺어질 당시 중국은 일본에 전쟁배상금을 요구하지 않고 일본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중국에 원조를 한 것과 같은 서로를 배려하는 우호관계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중일 관계가 기로에 서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에서는 최근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취소되는 등 갈등이 있다고 대화 자체가 취소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과 미후네 에미(三船惠美) 고마자와(駒澤)대 교수 모두 갈등이 있다고 교류가 중단되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 민족주의 감정 이용하는 정치인이 문제

정치지도자들이 민족주의 감정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것이 3국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 측은 한국과 중국 측에 책임을 넘기고, 한국과 중국 측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목해 인식차를 보였다. 미후네 교수는 ‘한중일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바라는 점’에 대해 발표하며 한국이나 중국 모두 정치지도자들이 자국의 민족주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아베 총리는 여론에 밀려 국수주의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내세워 여론을 흔들고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한중일 3국 사이에 ‘민족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 갈등이 심할수록 민간과 국가 간 ‘투 트랙’ 필요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21세기 아시아 시대와 한중일 공동협력의 미래’ 발표를 통해 한중일 3국의 협력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에 매몰될 위험이 있는 중앙 정부 간의 관계보다는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 협력이 요긴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국가가 직접 나섰다간 민족주의 역풍이 불 때 그때까지 쌓은 교류 성과를 모두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국가는 민간의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실제 교류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전 주중 일본대사는 ‘한중일 미래를 위한 협력’ 발표를 통해 갈등이 있을수록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를 더 활발히 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청소년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협력체제 구축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 경제·환경·에너지 분야부터 시작해야

한중일 3국은 경제 문제에서는 상호 의존하면서도 정치 외교적으로는 갈등을 겪고 있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역사나 영토 문제는 일단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덮어두고 경제 및 환경 문제 등에서 먼저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제안했다. 박근혜정부의 ‘서울 프로세스’와 유사한 방식의 해법이다. 미후네 교수는 “한중일이 지금까지 공동의 역사인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가치관을 강조하다가 오히려 대립과 갈등만 키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선은 서로에게 역사적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사안이 아닌 환경이나 에너지 분야의 협력만으로 전반적인 관계진전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최근 10년만 봐도 한중일의 관계는 최근의 영토 문제와 역사 문제로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정치지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결단이 없으면 국가 간의 관계가 개선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장기적 전망은 희망이 좀더 많아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 간의 관계가 장기적으로는 협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관계 개선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먼저 극단적인 도발을 했다가는 같이 멸망할 수밖에 없는 ‘공포의 균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국가 간에 경제적 상호 의존이 심화된 ‘이익의 균형’도 작동하고 있다”며 “동아시아 정세는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중국이 역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신형 대국관계’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도 ‘협력을 통한 실리 모색’이라는 합리적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와 전 주중 일본대사는 “15∼20년 후의 한중일 상황을 상상해 보면 지금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다”며 “한중일이 올해 안에 해야 할 세 가지로는 3국 정상회담 개최, 위기관리 체제 구축,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의미 있는 진전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정상회담 시기 놓고 설전 ▼

■ “서둘러야 관계 회복돼” “날짜 못박아야 효과적” “급할수록 돌아갈 필요”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다가 무산된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조속한 개최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은 “연내 조속한 개최”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으로 갈려 설전을 벌였다.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전 주중 일본대사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동아시아 3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이게 성사가 안 되면 세 나라 간 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도 “2010년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한중일 정상회의는 열렸다”며 “올해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올해 안에는 꼭 개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아예 정상회의 날짜를 ‘5월 셋째 주 금요일’과 같은 식으로 고정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한중일 정상회의 날짜를 고정시켜 둠으로써 이를 어기게 되면 외교적으로 부담이 가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정상 간 대화와 소통이 계속돼야 3국 관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마쥔웨이(馬俊威) CICIR 일본연구소 부소장은 “바쁠수록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치인들은 정상회의 후 중국에 돌아와 성과를 설명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뚜렷한 성과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뜻 정상회의에 응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회의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중일 정상회의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역사와 영토 문제 같은 민감한 사항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도 “정치적 결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며 “본심을 터놓고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중일 3개국의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올바른 보도를 통해 이런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한국#중국#일본#화정평화재단 국제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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