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 변성 최신 치료 트렌드
국내 환자 수 5년 간 52%나 급증… ‘습성’ 42%, 5년 내 양쪽 눈에 발생
용량 4배 ‘항-VEGF 치료제’ 선보여… 최대 6개월까지 투여 간격 연장
눈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이상이 생겨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황반변성’은 노년층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이다. 최근 황반변성 국내 환자 수는 불과 몇 년 새 50%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이 질환이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늦고 치료를 놓치게 되면 시력 저하를 넘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가 최근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황반변성의 위험성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반복적인 주사 치료 부담으로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최근엔 주사 투여 횟수를 연간 2회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료제도 등장한 만큼 습성 황반변성을 늦게 발견해 실명으로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를 만나 습성 황반변성의 특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암슬러 격자 자가진단 시 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중심 부위 암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황반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초기 증상 없어 더 위험한 ‘습성 황반변성’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최근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인 황반변성의 유병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0년 37만2110명에서 2024년 56만9119명으로 5년간 52% 증가했다.
황반변성은 황반 부위의 시각세포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위축되고 노란색 노폐물이 쌓이는 건성 황반변성과 신생 혈관이 황반 부위에 자라면서 혈관이 터져 출혈과 부종을 유발하는 습성 황반변성(nAMD) 두 가지가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전체 환자의 10∼15% 정도지만 황반변성으로 인한 실명 원인의 90%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이다.
nAMD는 초기에 특별한 증상을 발견하기 어렵다. 시야의 중심이 검게 가려지는 ‘중심 암점’이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 증상이 나타난 경우엔 이미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특히 nAMD는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만성질환처럼 장기 관리가 필요하고 시력 유지와 병변 관리를 위해서는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때 치료를 놓치거나 중단하면 이른 시일 내 시력 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한쪽 눈에 nAMD가 발병한 환자의 42%가량은 5년 이내에 다른 쪽 눈에도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안의 실명은 다른 어떤 장애보다 높은 수준의 노동력 상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환자의 일상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교수는 “고령 환자들은 질환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백내장, 노안 등으로 오인해 진단 및 치료 시기를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나 건강 검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량 치료제로 주사 투약 횟수 줄어
nAMD는 현재로선 완치가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질환을 초기에 발견해 시력을 최대한 회복하고 꾸준히 유지해 나가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신생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항-VEGF(혈관내피성장인자) 제제를 안구 내에 주사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억제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항-VEGF 치료제는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주사를 자주 투여해야 한다. 연간 최소 5∼7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고령 환자가 많은 질환 특성상 반복적인 내원과 주사 치료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실제로 nAMD 환자의 60%가 2년 내 치료를 중단했다는 해외 조사 결과도 있다.
이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은 치료를 중단하면 단기간 내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임상 현장에서는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투여 간격을 늘려 주사 횟수와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치료 전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기존 항-VEGF 치료제의 용량을 4배로 높인 고용량 치료제가 나왔다. 이 치료제는 안전성과 효과는 유지하면서 투여 간격을 최대 6개월로 늘리고 최소 투여 간격은 4주로 줄였다. 환자의 질환 상태에 따라 투여 간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용량 항-VEGF 치료제는 주사를 맞는 횟수를 줄이면서도 망막액을 더 빠르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 지속 시간도 더 길어 다양한 nAMD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 선택지가 되고 있다.
“65세 이상은 증상 없어도 정기 검진받아야”
무엇보다 황반변성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중단 없이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서도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흡연은 황반변성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금연은 필수다. 자외선은 망막에 산화 손상을 줄 수 있어 외출 시 선글라스 착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망막은 전신 혈관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고혈압, 당뇨 등 기저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 역시 황반변성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이 교수는 “한 번 손상된 시각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이상 신호를 느끼기 전부터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애플리버셉트 8㎎처럼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고용량 항-VEGF 선택지가 생겼다”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시력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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