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박근혜 청와대 인선 2가지 관전포인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민정라인 대구 일색 “견제-균형 또 깨졌다”
수석과 공직기강-법무비서관, 모두 같은 지역 출신 임명… 인사 쏠림 우려 목소리 커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인선이 주로 대구·경북(TK) 지역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체크 앤드 밸런스(견제와 균형)’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검사 출신인 곽상도 민정수석(사법시험 25회)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 대건고를 졸업했다. 민정수석 산하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사시 28회)과 변환철 법무비서관(사시 27회)도 모두 대구 출신으로 각각 대구의 성광고, 대륜고를 나왔다. 미정인 민정비서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구 출신이다.

특히 곽 수석과 조 비서관은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의 선후배이고, 민정비서관 역시 현직 검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조 비서관과 변 비서관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법정치 분야 발기인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친인척 비리, 공직 추천 인사 검증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지연, 학연 등 각종 인연으로 얽혀 있게 되면 ‘사정’이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출신 지역을 피해서 사람을 발탁해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에도 유독 사정 라인에 TK 출신이 집중돼 임기 내내 TK 편중 인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고, 친인척 비리를 조기에 파헤치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물론 박 대통령의 주요 인선에서 TK 출신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TK 출신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12명 중 1명, 초대 내각 18명 중 2명에 그쳤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하필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성균관대 법대 동문이란 점이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민정수석실이 특정 지역, 대통령과 동향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직능라인 다시 햇빛 “기다리면 때가 온다” ▼

■ 경선-대선때 직능부문 관리, 허태열-김선동-최상화 중용… 朴 “잊지 않았다” 메시지 보내

박근혜 대통령 1기 인선의 특징은 대선 때 ‘직능 라인’의 급부상이다.

그 중심에는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있다. 허 실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직능총괄본부장을 지냈고 유 후보자는 허 실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대선 경선과 본선 때 직능총괄본부장을 지냈다. 행정고시-내무부-시장-정치인의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본래 가까운 사이다.

김선동 대통령정무비서관은 대선 때 직능종합상황실장 겸 종교특별본부장을 맡아 유 후보자와 함께 직능 실무를 총괄했다. 최상화 춘추관장은 당 직능국장으로 일했다. 그는 허 실장이 한나라당 사무총장 때 사무총장 보좌역을 지냈다.

이들은 2007년 대선 경선 이전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해 온 원조 친박으로 서로 친분이 두텁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유 후보자는 비서실장이었고, 김 비서관은 비서실 부실장이었다.

허 실장과 김무성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각각 직능총괄본부장,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미묘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직능과 조직은 대선 경선에서 표를 끌어오는 가장 큰 두 축이다. 김 전 의원은 4월 재·보궐선거 때 부산 영도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 전 의원은 원내 진입에 성공할 경우 차기 당권에 가장 가까운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 친박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의원시절 부산지역 좌장 역할을 두고도 신경전이 꽤 있었다”며 “벌써부터 당청 간의 주도권 경쟁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직능 라인은 2008년 18대 총선 이후 박 대통령과 약간 소원해졌다가 다시 중용됐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 특유의 용인술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인선에서 빠진 친박 인사들에게는 ‘섭섭해하지 말고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메시지를 보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민정라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