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용소가 최고의 휴양지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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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시한 구글 北지도… 누리꾼 장난 댓글로 도배
“심각함 알면 농담 못할것”… 美언론 ‘저급한 취향’ 질타

“강력 추천. 내가 가본 수용소 중 최고” “수용소의 절경은 당신 숨을 막히게 할 것” “쥐도 안 나오고 기대 이상으로 청결” “수용소 내 무선인터넷이 안 되는 것은 불만….”

구글의 상세 북한 지도 서비스가 각종 장난 댓글로 도배되고 있다. 구글은 북한의 각종 도로와 호텔, 금수산기념궁전, 정치범 수용소, 핵실험장 등의 위치를 정확히 표시한 인터넷 지도를 지난달 29일 출시했다.

현재 구글 북한 지도에는 요덕 개천 북창 화성 청진 등 정치범 수용소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 장소 밑에 각각 적게는 20여 개, 많게는 70여 개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개천 14호 수용소에 올라온 20개 댓글 중 18개는 장난성 내용이다. 알렉스 그로스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최고(excellent)’ 평점을 주며 “수용소 밖을 나가면 탁 트인 자연풍경이 그만”이라고 평하고 있다. 또 “공개처형 장면이 볼만하고 음식도 최고”라는 평도 있다.

영어 이름을 가진 대다수 댓글 게시자들은 북한을 여행해 본 적이 없는 누리꾼들이라고 포린폴리시는 10일 보도했다. 구글 북한 지도가 장난글로 도배되자 일부 댓글 게시자는 “해도 너무한다. 북한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데 장난이냐”는 비판의 글까지 올렸다.

미국 내 북한전문가들은 “구글 북한 지도의 장난성 댓글들은 아무리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위협과 인권유린 실태가 심각해도 북한을 농담거리와 희화화 대상으로 보는 대다수 미국인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탈북자 신동혁 씨의 수용소 탈출 실화를 담은 ‘14호 수용소로부터의 탈출’의 저자 블레인 하든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1일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북한 수용소는 농담 대상이 아니다”며 “수용소 실태를 진짜로 경험한 사람들은 수용소에 대한 농담성 댓글들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을 제기했다. 포린폴리시는 10일 ‘저급한 취향’이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북한 수용소와 핵실험장에 대한 장난글들이 아무리 ‘패러디’라고 해도 씁쓸하다”며 “마치 (인종학살 만행을 저지른) 히틀러를 희화화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북한#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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