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물 만난 MB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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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물관리 수주 희망에… 4대강사업 인정 계기 기대

“집안에서 ‘구박받은’ 4대강 사업이 해외에서라도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12조 원 규모의 물 관리 사업 입찰에서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구성한 ‘K-팀’ 컨소시엄이 사업 전 구역(10개 프로젝트)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6일 청와대 내부에서 들리는 말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로 ‘총체적 부실’ 논란 등에 휩싸인 4대강 사업이 이번 입찰 성공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비즈니스 외교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태국의 물 관리 사업 지원을 설정했다. 같은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민주주의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태국에 들러 잉락 친나왓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K-팀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청계천 개발부터 이어진 토건 관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주겠다”는 취지로 설득했고, 친나왓 총리는 회담 후 오찬에서 태국 청소년들이 준비한 ‘강남 스타일’ 깜짝 공연으로 화답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 대통령의 태국 방문은 한국 정상으로서 31년 만이었고 이례적으로 ‘주말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이 사업에 들인 정성이 각별했다”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 국가인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직접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대통령은 대선 후 태국 재방문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 논의 끝에 정권 인수인계 기간에 물러날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극히 드문 일이고 ‘과유불급의 역효과’도 우려된다는 이유로 접었다고 한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최종 사업자 선정이란 마지막 결실을 잘 맺어 국제사회에서 4대강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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