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前 MB는 ‘규제 전봇대’… 朴은 ‘中企 가시’부터 없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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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밑 가시’ 뭘 겨냥했나
朴, 中企 성장 막는 걸림돌 수첩에 빼곡히 적어놔
유통업체 과다수수료 등 대기업 불공정행위 손볼듯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규제 전봇대 뽑기’를 ‘이명박 정부’의 첫 과제로 제시했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손톱 끝에 박힌 가시 빼기’를 주문했다. 거창한 정책보다는 중소기업의 실질적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업무보고를 앞둔 각 정부 부처에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문제지만 오래 두면 곪아터지는 ‘손톱 끝 가시’를 찾으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스스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한 이후 나온 첫 구체적 메시지인 셈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해 8월 30일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박 당선인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수첩에 중소기업인들이 건의한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박 당선인의) 모습을 보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종 ‘가시’가 박 당선인의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다는 얘기다.

실제 박 당선인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자신이 선거 운동 기간 시민들의 건의사항을 모아 정리한 수첩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수출의 다리 확장 문제’라는 제목 아래 ‘2011년 10월 13일 벤처기업 ○○○ 직원, (서울) 구로공단이 디지털단지로 바뀌고 교통량도 증가했는데 구로공단의 수출의 다리가 확장되지 않아 교통문제 심각’이라고 적혀 있었다. 교통문제로 납품 시간을 제때 맞추기 힘들다는 한 중소기업의 ‘가시’를 적어 놓은 것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29일 중소기업인들과의 정책 간담회에서도 여러 ‘가시’들을 언급했다. 중소영세상인 문제와 관련해 “백화점 등의 과다한 판매수수료와 제반 비용의 부당한 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과 1차 협력사는 주로 현금으로 거래하지만 2, 3차 하청 단계로 내려갈수록 어음 거래가 많다. 앞으로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 평가 시 2, 3차 협력사 간 결제 방식을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패자 부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실패한 중소기업인 중 성실납부자를 대상으로 국세 감면 △중소기업 기술 인력을 반복적으로 빼가는 대기업에 대해 교육훈련분담금 가중 부과 △국가예산을 지원받은 연구개발 성과물에 대해 중소기업에 우선 이전 등도 ‘가시 빼기’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우대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가 추진될지도 주목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제도지만 지금까지 강제성이 없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재명·김지현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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