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간 문재인, 정치 재개 빨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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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연일 메시지… 민주당 일각 “뒤에서 영향력 행사하려 해”

대선 패배 후 칩거에 들어갔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가 30일 당의 ‘심장’인 광주를 찾았다. 27일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부산 영도구 빈소에 들러 조의를 표한 것 외에는 외부 활동을 삼가 온 그가 첫 지역 행보에 나선 것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과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뤄진 공식 활동이어서 눈길을 끈다.

문 전 후보는 30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로 광주 일정을 시작했다. 방명록에는 ‘죽음에서 부활한 광주의 정신처럼 희망도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기자들에게 “선거 이후 5·18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았다”고 방문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전심전력을 다해 함께해주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다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는 이번 대선에서 전국 최고 투표율(80.4%)을 기록했고 문 전 후보에게 92.0%의 몰표를 던졌다.

문 전 후보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 민주당이 거듭나고 국민의 정당으로 커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향후 정치 행보를 시사했다. 또 최근 잇따른 노동자 자살을 언급하며 “박근혜 당선인도 다른 모든 문제보다 그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7일 박 당선인을 향해 “(노동자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긴 바 있다.

문 전 후보는 5·18묘지 참배 후 시민캠프 관계자 등과 무등산 ‘노무현길’을 등반했다. 이 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5월 재임시절 등반했던 곳으로 노무현재단이 2011년 ‘노무현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후 4시에는 광주 YMCA회관에서 ‘광주지역 원로회의’ 관계자들과 만났다.

문 전 후보는 광주 방문 전까지 당 공식 행사에 나타나지 않는 대신에 트위터를 통해 연일 메시지를 전했다. 23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22일부터 하루 1∼4건씩 일상부터 책에 관한 생각까지 매일 글을 올렸다. 29일 밤 트위터에는 “이성무의 ‘조선시대 당쟁사 1, 2’를 읽었다”며 “당쟁의 지연성을 오늘의 지역주의 정치와 연결한 대목과 당쟁과 비교한 요즘의 정치행태에 대한 비판이 흥미로웠다”고 썼다.

당 일각에서는 문 전 후보의 광주 방문과 ‘트위터 정치’를 두고 “뒤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당의 비주류 3선 의원은 “문 전 후보가 자성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면 최소한 설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비주류 중진인 김영환 의원은 블로그에서 문 전 후보를 겨냥해 “우선은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널A 영상] 칩거하던 문재인, 정치행보 재개?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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