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盧-鄭 단일화 협상 땐 어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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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선택 방지장치’ 치열한 샅바싸움… 여론조사 날짜-시간 놓고도 신경전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가 단일화 룰 협상을 앞두고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당시의 단일화 방식이었던 여론조사가 이번에도 어떤 형태로든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2년 협상에서는 무엇이 쟁점이었을까.

양측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이 쉬운 상대를 고르는 역(逆)선택을 어떻게 막을지를 두고 머리를 싸맸다. 논쟁 끝에 양측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주말 언론사 여론조사 지지율 중 최저치(30.4%)를 밑돌면 무효화하기로 합의했다. 2곳의 기관이 여론조사를 실시하되 승부는 ‘다승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론조사 결과 2개 기관 중 이 후보의 지지율이 28.7%로 나온 월드리서치의 조사는 무효처리됐고, 리서치앤리서치(R&R) 조사만 살아남았다.

여론조사 실시 날짜와 시간을 두고도 신경전이 치열했다. 40∼50대 주부들의 지지가 많았던 정몽준 후보 측은 평일 낮 시간대를, 20∼40대 직장인 지지층이 많았던 노 후보 측은 휴일 오후 시간대를 선호했다. 결국 조사는 토요일(11월 24일) 오후 3∼11시에 실시됐다. 협상에 참여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12일 “당시 선거법에 따르면 후보등록 시작일인 27일 화요일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야권 단일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가상대결 결과를 월요일에 발표하려면 일요일까지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졌다”며 “직장인들이 집에 있는 주말에 여론조사를 한 것이 가장 큰 승리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설문문항을 놓고도 노 후보와 정 후보는 각각 ‘선호도’와 ‘본선경쟁력’을 주장했지만 결국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 노무현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절충형이 채택됐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2002대선#문재인#안철수#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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