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525일… 도와주세요” 국감장 울린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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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호 선원가족 동영상 외통위 문대성 의원이 공개
김성환 외교 “석방 노력중”

“살려 주십시오… 도와 주십시오. (가족이) 돌아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5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 설치된 국정감사장. 지난해 4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뒤 아직도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제미니호 선원들의 가족이 도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무소속 문대성 의원이 제니미호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외교부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감에서 공개한 동영상이다.

문 의원 측이 전날 밤 찍었다는 동영상 속 남성은 울먹이며 “(피랍 가족으로부터) ‘해적들이 총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고, 어떤 분은 매우 위독하니 정부에 알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없었고 추석 전에 정부 인사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미니호 선원들의 피랍은 이날로 525일째. 문 의원은 “피랍 선원과 가족이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석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좋은 결과가 없는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최근 소말리아 정부를 움직여 석방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안쪽을 직사각형으로 파내 달러를 채워 넣은 2.5cm 두께의 영문 소설책이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이를 들고 나와 “외교부와 감사원이 지난해 6월 (재외공관에서 문서나 물품을 넣어 정부에 전달하는) 외교행낭에서 속을 도려낸 소설책 15권에 숨겨진 거액의 외화를 적발하고도 이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이 책에 100달러짜리 100장 묶음 2개, 2만 달러가 들어가고 15권에 채워 넣는다면 30만 달러(약 3억3000만 원)까지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감사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엄청난 액수에 서로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고 한다”며 “해외에서 조성된 정치인이나 기업의 ‘비자금’일 수도 있지 않으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장관은 “30만 달러가 아니라 320달러로 당시 보고를 받았고 (비자금이 아니라) 직원들이 경조사비 같은 개인적 용도로 쓰려 했던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외교부 감사관실 관계자도 “당시 외교행낭을 불시 감사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발견된 것은 맞지만 속을 도려낸 책 같은 것은 없었다”며 “심 의원이 어디선가 잘못된 제보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제미니호#외교부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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