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검증]논란 되는 안철수 후보의 말과 다른 행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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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된 의혹들과 해명

CEO시절의 안철수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대표 시절의 안철수 후보.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그는 2005년까지 대표를 지냈고 지금도 대주주다. 동아일보DB
CEO시절의 안철수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대표 시절의 안철수 후보.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그는 2005년까지 대표를 지냈고 지금도 대주주다. 동아일보DB
기존 정치인과 달라 보이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도덕성은 그의 큰 자산이다. 초중고교 교과서에 소개된 안 후보의 모습을 두고 “이미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말과 과거 행적을 비교해 보면 적지 않은 불일치가 드러난다. 그의 강점인 ‘고상한 언어’들이 거짓말 또는 과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사실과 다른 내용이 교과서에 실려

안 후보의 성공 스토리는 16종의 초중고교 교과서에 소개돼 있다. 하지만 그중엔 기본적인 사실 관계가 틀린 내용도 있다.

고등 국어 하(금성출판사)엔 안 후보의 군 입대와 관련해 만화로 “내무반에 들어가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고 쓰여 있다.

안 후보는 2009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도 “입대일 아침까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을 만들다가 허겁지겁 부대로 달려갔다. 가족에게 군대 간다는 말도 안 하고 온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2011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기차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무지 섭섭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은 “전날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바이러스 백신 작업을 하다가 황급히 나오는 바람에 남들처럼 가족과 제대로 된 환송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예능프로그램에서 안 후보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부인이 군대 가는 것을) 알긴 알았죠’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발언과는 차이가 있는 해명이다. 안 후보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교과서에 실린 것을 알고도 아직까지 스스로 바로잡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중학교 국어 2-1(금성출판사)에는 “힘든 상황에서 컴퓨터 백신을 만든 안 원장의 생각이나 행동을 살펴보면 안 원장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만큼 능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타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임을 알 수 있다”는 대목도 있다. 중앙선관위는 새누리당 등의 문제 제기에 “특별히 안 후보를 홍보하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면 교과서에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선거법상 문제가 되진 않는다”라고 했지만 “이미 정치인이 된 사람을 미화할 수 있는 주관적 평가를 실은 것은 문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판자촌 재개발 딱지 매입부터 부모 덕


안 후보는 1988년 철거 폭력 사태로 떠들썩했던 서울 사당동 판자촌 재개발 아파트 ‘딱지(입주권)’를 매입해 결혼 이듬해인 1989년부터 4년간 살았다. 그의 모친이 사 준 아파트였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재개발과 관련해 “거주민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 논리만으로 밀어붙이다가 용산참사 같은 사건을 초래했다. 앞으로는 도시를 재개발할 때 세입자 등 상대적 약자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1993년 이사한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아파트도 모친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분양 받은 것이다. 고교생이던 17세 때는 삼촌에게서 부산 시내의 농지를 증여받기도 했다. 삼촌 안영길 씨는 1979년 12월 26일 부산진구 당감동 656의 1 농지 248m²(약 75평)를 안 후보와 안 후보 모친에게 절반씩 나눠 증여했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 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했다.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 ‘서민의 애환을 아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결국 부유한 엘리트의 삶을 살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말과 달리 ‘인생 출발선부터 부모덕을 봤다’는 지적과 함께 법적으로 세금을 제대로 납부했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안 후보 측은 “축의금, 결혼자금 등을 모아 부모가 신혼집으로 마련해 준 것”이라며 “오래된 일이어서 증여세 납부 등 매입 과정에 대해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 말과 다른 행동

안 후보는 2003년 1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SK 최태원 회장을 위해 법원에 제출된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9월 강연에선 경제사범에 대해 “잡히면 반은 죽여 놓아야 한다. 현재는 금융사범이 살인보다 나쁜 일일 수 있다. 그러면 그런 사람 사형은 왜 못 시키나”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인정에 치우칠 일이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안 후보가 2005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대기업의 ‘감시자’ 역할보다는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242건의 표결 중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한 안건은 2건에 불과했다. 이 안건조차도 그 다음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선 “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지만, ‘사외이사 안철수’는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셈이다.

안 후보가 2005년 4월 포스코 사외이사 자격으로 주식 2000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은 뒤 올해 4월 이를 행사해 3억∼4억 원의 차익을 본 것도 논란이 된다. 안 후보 측은 “스톡옵션은 다른 이사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사외이사를 지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등하지 않게’ 스톡옵션을 거절했다.

○ 안철수의 윤리경영?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이나 강연에서 ‘삼성동물원과 LG동물원’이란 표현을 쓰며 대기업을 비판하고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사업 파트너로 잘 성장해야 바람직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데, 재벌기업들은 오히려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독점계약을 맺고 단가를 후려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가 운영했던 안랩은 2009년 말 계약 만료일을 2, 3개월 앞두고 하도급업체와의 장비임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남은 기간의 임차료 2270만 원을 지급하지 않다가 소송을 당해 패소했다. 안랩은 안 후보가 대표로 있던 2002년 벤처기업 ‘핌스텍’을 인수했다가 경영이 어려워지자 두 단계에 걸쳐 자회사로 지분 떠넘기기를 하며 손을 떼는 ‘꼬리 자르기’를 했다. 정부는 핌스텍에 지원한 6억 원의 출연금을 환수하지 못했다.

안 후보는 여러 차례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했지만 정작 안랩은 무노조 회사다. 과거 직원들이 몇 차례 노조를 결성하려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안 후보는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지난해 11월 당시 1500억 원대의 안랩 주식 기부를 선언해 일약 기부천사가 됐지만, 그가 안랩 대표로 있던 5년간(2001∼2005년)의 안랩 기부활동은 대기업보다 훨씬 인색했다. 당시 안랩의 기부액은 전체 순이익 261억 원의 0.12%인 3183만 원에 그쳤다.

● 안철수 후보 검증팀

▽정치부=길진균 윤완준 장원재 최우열 손영일 기자
▽사회부=윤희각 김태웅 고현국 김준일 기자
▽산업부=김상훈 기자
▽경제부=송충현 기자
#안철수#대선후보#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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