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12년판 北風 노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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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NLL침범 왜

최근 북한 어선들의 잇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 사태는 시기와 수법 등 여러 측면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침범으로 보인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도 “이번 사태가 한국의 대선 개입을 노린 북한의 도발 징후일 수 있다”며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

북한 어선들의 NLL 침범이 이뤄진 12∼21일은 안철수 대선후보의 출마선언을 끝으로 대선 3자 구도가 확정된 시기다. 한국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만큼 북한이 NLL 침범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짙다는 얘기다. 군 고위 당국자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북한은 더 대담하고 위협적인 도발 징후를 보이며 대선 개입을 노골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어선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과거 북한 어선이 조업 중 실수로 NLL을 침범한 경우 한국 해군 경비정이 경고방송을 하면 대부분 곧장 되돌아갔다. 하지만 최근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들은 해군 고속정의 경고방송을 무시한 채 조업을 계속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군이 21일 북한 어선을 향해 경고사격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 어선들이 NLL에 바짝 붙어 꽃게잡이 조업을 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북한 경비정과 북한 해안포의 동향도 수상하다. 북한 어선들이 12∼21일 모두 40여 회나 NLL을 침범하다 남측의 경고사격까지 받았지만 북한 경비정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과거엔 북한 어선이 우발적으로 NLL을 침범하면 북한 경비정은 NLL로 접근해 어선들을 단속했지만 이번엔 NLL 이북 해상에서 한국군의 대응만 지켜보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국군의 대비태세를 떠보면서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술책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12, 14, 15일 어선들이 NLL을 침범했을 땐 서해 인근 해안포 기지의 일부 포구를 개방했다. 군 고위 소식통은 “우리 해군이 NLL을 넘은 북한 어선들을 나포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경우 이를 빌미 삼아 사거리를 늘린 해안포로 도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적들의 도발에는 즉시적인 대응타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조국통일대전으로!”라고 위협했다.

북한 매체들도 최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신문은 이날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반통일 대결, 호전적 망동의 5년”이라고 비난한 뒤 “남조선 인민들은 민족반역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대중적 투쟁에 궐기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대치하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선 ‘서해 NLL을 둘러싼 남한과의 분쟁은 정당하다’고 중국을 설득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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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북한#NLL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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