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朴 인혁당 발언 사과’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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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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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변인 “오해 소지 사과”… 박근혜측 “조율 안된 발언”
심야에 “유족아픔 이해” 브리핑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 사건(1974년 발생, 1975년 사형 판결 및 집행) 관련 발언이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수세에 몰렸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 발언에 대한 사과 여부를 놓고 한때 혼선을 빚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해서는 안 될 여러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국민에게 먼저 효도해야 한다”며 “박 후보는 ‘100% 국민’을 외칠 것이 아니라 ‘100% 사과’부터 외쳐야 한다”고 압박했다.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족들까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를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다 난처해지니 말을 바꾸고 변명을 하는 모습, 이것이 박 후보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공세에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박근혜 캠프의 멘토 격인 김종인 국민행복특별위원장은 MBC 라디오에 나와 “부녀관계라 의식 전환을 하기가 어렵나 보다. 그래서 그런 발언을 한 것 같다”며 “박 후보가 과거를 극복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늘 판단한다”고 박 후보의 발언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관련 질문을 피하기 위해 이날 예정된 라디오 인터뷰를 취소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 혼동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박 후보가 언급한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의 증언’ 등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인혁당의 실체가 있다는 박범진 전 의원 등의 증언은 이번에 문제가 된 1974년 사건이 아니라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에 대한 것이다. 또 재심은 대법원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서 내렸고 재심은 사법부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는 개념인데도 박 후보는 두 가지 판결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정준길 논란… 黨-캠프 인혁당 혼선… 엎친데 덮친 새누리 ▼


인혁당 유족 與당사 앞 항의 인혁당 유족 與당사 앞 항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영정을 들고 “박근혜 대선후보를 규탄한다”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인혁당 유족 與당사 앞 항의 인혁당 유족 與당사 앞 항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영정을 들고 “박근혜 대선후보를 규탄한다”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후보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 워크숍에 참석하는 길에 인혁당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유족들의 의견을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했다. 과거 역사 속에서 피해를 입었던 모든 분들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치유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박 후보의 뜻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박 후보의 발언은 과거사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다만 인혁당과 관련해서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사과를 드린다. 또 역사 관련 발언이 미흡하단 여론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를 대신해 당이 사과한 것이다. 홍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박 후보의 직접 발언은 아니지만 당에서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을 박 후보도 알고 있다”며 당 차원의 사과가 박 후보의 뜻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 워크숍에 참석 중이던 박 후보는 홍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보고받고 “홍 대변인과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를 수행 중이던 이상일 대변인은 “후보와 전혀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라며 “후보는 (브리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혼선이 빚어지는 틈에 민주당은 “박 후보가 전혀 사과할 뜻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공세를 취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선후보의 언행에 대한 사과를 다른 사람이 하는 건 처음 봤다. 사과 방식이 기가 막힌다. 박 후보의 왜곡된 역사관을 당이 덧칠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이 나서 “박 후보는 대변인이 대신 얘기하면 안 되나. 안 원장은 늘 대변인을 통해서 얘기하는데 민주당은 왜 안 원장은 문제 삼지 않느냐”고 반격했다.

이날 새누리당의 ‘사과 혼선’은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결정한 것인데, 외부에 있던 박 후보와 미처 조율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발표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 대변인은 다시 심야 브리핑에서 “박 후보가 ‘서로 다른 두 번의 판결이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지 ‘두 판결 모두 유효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재심 판결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다시 정리했다. 또 “후보의 생각은 과거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피해를 입은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브리핑에는 ‘사과’라는 표현은 빠졌다.

민주당은 이날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택시기사 이모 씨의 증언을 공개했다. 이 씨는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송호창 의원이 전화 생중계 연결을 통해 이 씨의 주장을 실시간으로 들려줬다.

이 씨는 “정 전 위원이 통화 내용에서 본인이 정준길이라는 이름을 밝혔다”며 “‘안철수가 나오면 죽는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로 꼽히는 차량 블랙박스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블랙박스가 있으며 곧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위원은 페이스북에 “제가 (그날) 도합 2번에 걸쳐 택시를 이용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통화하신 분의 택시를 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인했다. 이는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며 금 변호사와 통화했다는 처음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정 전 위원은 협박 사실은 거듭 부인했지만 증인까지 등장하면서 새누리당은 더욱 곤혹스럽게 됐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새누리당#박근혜#인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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