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캠프 “우군→투표독려, 비우호→특별관리” 문건통해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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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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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측 선거법 위반 논란… 민주 경선갈등 2라운드

심각한 민주당 지도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김한길 강기정 최고위원(오른쪽부터) 등 지도부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선후보 경선 모바일 투표 논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심각한 민주당 지도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김한길 강기정 최고위원(오른쪽부터) 등 지도부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선후보 경선 모바일 투표 논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민주통합당 손학규 경선후보 측이 공개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지침 문건. 지침은 등록한 선거인단을 우군과 비우호 집단으로 나눈 뒤 비우호 선거인단에 대해 모집책의 특별관리를 통한 우군화를 주문하고 있다(밑줄 부분). 문건 내용 중에서 개인정보 관련 부분은 보이지 않게 지웠다. 손학규 후보 캠프 제공
민주통합당 손학규 경선후보 측이 공개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지침 문건. 지침은 등록한 선거인단을 우군과 비우호 집단으로 나눈 뒤 비우호 선거인단에 대해 모집책의 특별관리를 통한 우군화를 주문하고 있다(밑줄 부분). 문건 내용 중에서 개인정보 관련 부분은 보이지 않게 지웠다. 손학규 후보 캠프 제공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으로 촉발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파행사태가 27일 문재인 후보 캠프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불법 선거운동 조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손학규 후보 측이 이날 문 후보 캠프가 ‘경선대책 총괄본부 공지’라는 제목으로 수십 명에게 발송한 e메일 기록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e메일 수신인에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대표비서실장, 모바일투표를 관장하는 정청래 당 선관위 부위원장 등이 포함된 점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와 문 후보의 담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e메일에 첨부된 ‘지역위원회별 전화투표독려팀 운영에 관한 지침’에는 △가능하면 모집 활동가 본인이 전화하도록 조치 △전화 통화를 통한 성향 분석, 우군: 투표 독려, 비우호: 모집책을 통한 특별관리(우군화) 등 구체적인 경선전략이 담겨 있다.

손 후보 측이 ‘이해찬-문재인 담합’의 증거로 내세운 문건의 불똥은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튀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문건을 살펴본 결과 전화로 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에서 전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 지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는 통상적인 단순 투표독려 문건”이라며 선거법 위반 의혹을 부인했지만, 공직선거법 57조3에 따르면 경선의 경우 전화로 투표를 독려하는 것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실제로 문 후보 캠프 선거운동의 불법성을 조사하게 되면 가뜩이나 파행을 겪은 민주당 경선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e메일의 수신인 진위도 논란에 휩싸였다. 김현 대변인은 “이 대표와 김 비서실장의 e메일 주소가 아니라 제3자의 주소”라고 해명했다. 정청래 부위원장은 자신의 e메일 주소인 점은 사실상 시인했지만, 다른 후보들로부터도 매일 e메일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에 손 후보 측은 “문 후보처럼 내부 정보 공유 문건까지 e메일로 보내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이 대표의 책임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당내 비노(비노무현) 세력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경선관리가 문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편파적으로 흘러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며 친노(친노무현)-비노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김두관 후보 측 안민석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보이지 않는 검은손에 의해 특정 후보를 과반으로 통과시키려는 음모가 있다는 오해를 끊임없이 받아왔다”며 이 대표 책임론을 거론했다. ‘검은손’은 당권을 장악한 친노 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비(非)문재인 후보들의 근본적 불만은 이 대표 등이 결선투표 없이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썼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박문(이해찬-박지원-문재인) 연대’로 뭉친 것으로 알려진 친노 그룹의 ‘기득권 지키기’가 경선 파행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김영환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경선 파행 사태는 이벤트 경선을 택해 생겨난 문제로 예견됐던 일”이라며 “모바일투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도 당이 무리하게 흥행에 초점을 맞춰 경선을 진행했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비문 후보 캠프에서는 “친노가 당권을 이용해 문재인을 결선투표 없이 후보로 만들려고 작정했다”거나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경선이 일찌감치 친노-비노 구도로 흘렀다는 점에서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비문 후보들로부터 ‘공정한 경선 관리자’라는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대표와 당 선관위는 ‘경선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선이 좀 더 매끄럽게 추진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경선) 룰에 불공정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비문 후보들이 경선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 선관위가 제주 경선 모바일투표의 세부 기록이 담긴 로그파일을 조사한 결과 투표 의사가 있었음에도 무효로 처리된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투표 의사가 있었음에도 무효로 처리된 사례는 비문 후보들이 주장한 ‘수천 건’보다 훨씬 적은 599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모바일투표 신청자는 3만2984명이었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오후 “당 안에 있는 특권과 반칙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면서도 “국민을 믿고 경선을 완주하겠다”고 경선 복귀를 선언했다. 손학규 후보 측도 “민주당과 정권교체를 위해 경선에 복귀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후보도 경선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청주=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문재인#선거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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