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트위터에 “유감”… 與 “윤리위 제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 ‘그년 파문’ 갈수록 확산

새누리 여성의원들 “의원직 사퇴하라”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과 당원들이 최근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트위터에 ‘박근혜 그년’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고 이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 여성의원들 “의원직 사퇴하라”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과 당원들이 최근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트위터에 ‘박근혜 그년’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고 이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의 ‘그년’ 막말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9일 유감을 표시했지만 새누리당은 “진정한 사과 없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그년’이라고 트위터에 적어 논란을 일으킨 이 최고위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저의 본의가 아닌 표현으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거듭 유감을 표합니다”라며 “앞으로 신중한 언행으로 활동하겠습니다. 내내 따뜻함으로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최고위원의 유감 표명이 사과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이 최고위원에게 ‘잘못된 표현이다. 공적인 표현을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는 권고를 했고 이 최고위원도 (7일)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이 7일 트위터에 “본의 아닌 표현이 욕이 되어 듣기에 불편한 분들이 계셨다면 유감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걸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요구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 할 일은(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 최고위원이 유감을 표했음에도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거듭 정치공세에 이용하고 부풀리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윤리위 제소 주장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공천 장사 비리 의혹이 박근혜 의원을 향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의 유감 표명은 막말 파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소극적 대응일 뿐 사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그는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왠지 그때는 ‘그녀는’을 ‘그년’이란 말로 그냥 고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 하나의 실수가 제 내심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이 유감 표명의 대상으로 ‘심려를 끼친 분들’ ‘불편한 분들’ 등 포괄적으로 말한 것에도 박 의원에겐 직접 유감의 뜻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 최고위원의 포괄적 유감 표명 정도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이 최고위원의 망언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을 분노시키고 있다”며 “마땅히 국회 윤리위에서 논의하고 이 문제를 결론 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당은 다음 주 이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계획이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총공세에 나섰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의 말 바꾸기를 거론하며 “그야말로 뻔뻔하고 후안무치하다”며 “막말 파문을 정당화하려는 꼼수가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혹시 광견에게 물려도 광견을 쫓아가서 그 광견을 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품격 있는 새누리당은 절대 같은 표현을 써서는 안 되고 민주당 여성 의원님들에게 항상 ‘그분들’이라 표현해야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인격적으로 비하하거나 막말을 하는 것은 정치 선진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과 당 중앙여성위원회는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신의진 원내대변인 등 150여 명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이종걸 최고위원의 여성비하 쌍욕·막말 발언 규탄대회’를 열고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전날 규탄 기자회견에선 이 최고위원의 당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하루 만에 공세 수위를 높여 아예 의원직을 자진 반납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박 의원 팬클럽은 서울 영등포 민주당 당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여성계의 비판 성명도 이어졌다. 여성단체연합은 “이 의원의 욕설은 4선 의원에 제1야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상대 당 대선후보에게 한 발언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며 “발언 이후의 해명 과정과 ‘추가 사과는 없다’는 지금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당장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여성언론인연합도 “이 의원의 여성비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런 일이 거듭 발생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널A 영상]이종걸 의원 지역구민들 ‘와글와글’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새누리당#민주당#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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