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과 왜 하필 2PM”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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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첫 경선토론회와 시간 겹쳐… 김 빼기냐”
靑 “1시간전 지시 손쓸 새도 없어” 黨靑불통 노출

“왜 갑자기, 그것도 오후 2시였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기습적으로’ 24일 오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된 과정과 배경을 놓고 여권 주변에선 이런 말이 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경 대국민 사과를 결정하고 참모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

일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의 결정을 전해 듣고 TV 생중계 등을 이유로 조금 늦추기를 바랐으나 이 대통령의 ‘오후 2시’ 결심이 워낙 확고해 어찌해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한번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청와대는 한동안 ‘호떡집에 불난’ 상황을 연출했다.

춘추관 직원들은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전화를 돌렸고, TV 생중계 차량도 뒤늦게 부랴부랴 춘추관으로 향했다. 대국민 사과를 YTN만 생중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 비서관들도 소식을 듣고 춘추관으로 달려와 “어떻게 된 일이냐”며 서로 상황을 묻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2시는 새누리당 대선주자 간 첫 번째 경선 토론회를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이날 오후 정치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토론회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어떻게 청와대가 여당 경선 토론회에 재를 뿌릴 수 있느냐”며 불쾌해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불만이 많았다.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박근혜 추대대회’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상황에서 역동적인 토론회를 만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청와대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토론회를 방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심지어 한 핵심 관계자는 “토론회가 그 시간에 열리는지 몰랐다”고도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기습 사과’를 둘러싼 해프닝은 청와대 내부 간에, 당청 간에 여전히 소통과 대화가 부족한 현 여권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채널A 영상] 고개 숙인 MB…돌아선 민심 되돌릴 수 있을까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 사과#새누리 경선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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