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빅3 “호남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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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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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주자론 대선 승리 어렵지만 호남 업어야 黨 후보 가능


민주통합당에서 호남 지역은 ‘대선 풍향계’로 통한다. 당의 근간인 호남의 선택이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문제를 좌우해왔기 때문이다. 지역별 인구분포 등을 고려할 때 호남 후보로는 대통령선거 본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현실적 인식이다. 하지만 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선 호남 표심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호남의 역설’이 존재한다. 민주당 대선주자 ‘빅3’인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치열한 호남 구애 경쟁을 펼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 고문은 대선 출마 선언 사흘 만인 지난달 20일 첫 ‘경청투어’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찾았다. 그는 “세 번째 민주개혁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세력이 손잡고 힘을 모아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선 출마 선언 직전에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단독회동을 한 것도 호남 구애의 일환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 고문은 2006년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해 호남의 강한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이런 기류는 아직까지 상당히 남아있다고 한다. 따라서 문 고문의 ‘호남 경청투어’는 ‘당의 안방’에 도사리고 있는 껄끄러운 감정을 불식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김 지사는 8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김 지사의 선택은 자신의 자서전 제목처럼 ‘아래에서부터’ 서민과 함께해 온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호남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의미도 있다. 그는 남해군수 때부터 호남 인맥 쌓기에 공을 들였다. 동료 자치단체장들과의 모임인 ‘머슴골’을 꾸려 친분을 다져왔는데, 상당수가 호남 인사다. 지난달 13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그는 “호남을 얻는 후보가 결국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출신인 손 고문은 문 고문과 김 지사를 겨냥해 ‘친노-영남후보 필패론’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중도 부동층을 공략해야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 그도 지난달 17, 18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 표밭을 다졌다. 201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대표로 당선됐던 손 고문은 ‘호남이여 다시 한 번’을 기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제2의 영남후보론’에 호남이 호응할지도 민주당 대선 경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2002년 3월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광주 경선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1위를 차지해 이를 발판으로 대통령이 됐다.

현재 호남 민심은 뚜렷하지 않다. 광주일보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6월 15, 16일 광주·전남 지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31.7%, 문 고문 25.3%, 손 고문 14.6%, 박준영 전남지사 7.7%, 김 지사 7.5%의 순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 여론에선 손 고문이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매체 프레시안과 윈지코리아컨설팅사가 6월 13일 대의원 3599명을 조사한 결과 호남에선 손 고문이 28.6%로 1위였다.

민주당 빅3는 1일에도 대선 행보에 속도를 냈다. 문 고문은 대전을 방문해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발전을 역설하고 세종시 건설현장도 찾았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으로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손 고문은 가족과 함께 서울 대학로에서 사위가 연출한 연극 ‘그을린 사랑’을 관람했다. 5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손학규의 민생경제론-저녁이 있는 삶’ 출판기념회를 연다.김 지사는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외곽지지모임 ‘피어라 들꽃’ 창립 제안 모임에 참석했다. 각계각층 인사들이 김 지사를 평가한 책인 ‘김두관의 발견’ 출판 기념을 겸한 행사에서 김 지사는 드럼 연주 실력도 선보였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민주통합당#문재인#손학규#김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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