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 “서버장애로 당대표 선거 재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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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선관위 “1만7000표 무효처리”… 당권파는 “후보등록부터 다시 해야”

통합진보당의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온라인투표가 컴퓨터 서버 이상으로 투표 이틀째인 27일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진행된 1만7000여 명(전체 선거권자의 약 30%)의 투표 일부를 무효 처리한 뒤 재투표를 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온라인투표에서 입력신호를 저장신호로 바꾸기 위한 전송파일 2개가 사라지면서 투표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사실을 확인한 뒤 27일 오전 1시 투표를 중지시켰다”며 “원래의 입력 값이 담긴 데이터가 손상됐고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 무효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중앙선관위는 1만7000여 표 중 일부만 무효 처리하기로 했다. 유효표와 무효표를 가릴 방법을 28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혁신파와 당권파가 대립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유·무효표 기준에 대한 논쟁부터 비밀투표 원칙 위배 주장까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밤 열린 비대위는 당초 30일 당선자를 발표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다음 달 2∼7일 재투표를 하기로 하고 전국운영위에서 최종 의결하기로 했다. 당권파는 ‘비대위 총사퇴’를 주장하면서 재투표가 아니라 후보 등록부터 다시 하는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당 중앙선관위는 27일 오후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측이 추천한 전문가들과 중단 원인을 찾는 회의를 열었지만 “투표 값의 최종 결과를 저장하는 파일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져 현재 저장된 투표 값이 정확한지 증명하기 어렵다”는 데만 합의했다.

비대위는 일단 서버(하드웨어)의 노후화가 투표 중단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해킹이 일어났다는 정황 증거는 없었다”고 했다. 서버를 제공한 ‘스마일서브’는 지난달 검찰이 당원명부를 압수수색했던 업체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의 서버를 관리해 왔다.

당권파는 투표 관리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당권파인 이상규 의원은 “업체 관계자가 오류를 수정하려다 실수로 전송파일을 지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일소프트’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 이후 비대위가 공개 입찰해 선정한 업체다.

27일 0시 강기갑, 강병기 당대표 후보 측은 선관위가 참관하는 상황에서 서버를 열람한 뒤 우일소프트 관계자로부터 “투표 관리 프로그램에 오류가 없고 서버 노후화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경선에서 당직자가 임의로 서버를 열람해 소스코드를 수정한 ‘부정’ 사례를 막기 위해 이번엔 서버를 봉인한 상태였다”며 “오류 발생 초기 서버 상황을 제대로 확인했으면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강병기 당대표 후보 측은 “투표를 무효화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투표를 재개하는 건 책임 회피”라며 선관위와 비대위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당권파는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등 비대위원 대부분이 당직 선거에 출마해 선거 관리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총사퇴를 검토하고 있다.

당권파는 이 사태를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 문제를 희석하는 물타기용으로 이용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2차 진상조사보고서는 매우 사실적 근거가 취약한 만큼 사퇴 시기를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2차 조사결과를 따르겠다”던 최근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당#당대표 선거#당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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