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측 “짚을 건 짚겠다”… 민주당과 대선 샅바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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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의 ‘안철수 때리기’에 19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반발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당분간 ‘적극 대응’ 모드를 이어갈 듯하다. ‘가급적 말을 아끼겠지만 필요하면 할 말은 한다’는 분위기가 안 원장 주변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변인 격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필요한 갈등은 피하겠지만 짚을 내용이 있다면 짚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원장은 최근 며칠간 민주당 인사들의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 측근들과 논의를 해오다 19일 대변인 성명을 내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안 원장은 요즘 정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강인철 변호사, 유 전 관장 등 핵심 참모들과 주로 전화나 e메일로 논의하는 약식 회의를 거의 매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일일 상황 점검회의’인 셈인데, 대변인 성명도 이 논의 과정에서 정해졌다. 안 원장은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거나 참모들의 아이디어에 공감을 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유 전 관장이 준비토록 했다고 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 원장에게 ‘7월 20일 전까지 입당’을 제안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서도 추가 입장을 낼지 고민하고 있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어떤 남자(안 원장)를 짝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상황이다. 그 남자는 아직 사랑할지 결정도 못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클럽인 ‘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도 이날 트위터에서 “민주당의 안철수 때리기는 범야권을 통합해야만 대선 승리의 희망을 볼 수 있는 구도 속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안 원장의 이례적인 ‘성명 정치’에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20일 “민주당과 안 원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관계이며 서로 상대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 원장 측의 반응은 그런 바람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내에서 나온 이런저런 얘기들도 그분(안 원장)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원장 측에서도 (민주당 경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경선준비기획단은 경선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역동성을 촉진하는 경선 무대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4·11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수권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안 원장만 바라보고 있다.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기말시험을 끝으로 서울대 1학기 일정을 마치는 안 원장은 일단 9월부터 시작될 2학기에도 서울대 일을 계속 볼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1학기와 달리 강의는 하지 않더라도 제자 몇 명의 논문지도를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서 학교 행사에는 계속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당분간 ‘안철수식 마이 웨이’ 노선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의 출마 종용에는 ‘적극 대응’ 태세를 유지한 채 서울대 일을 병행하면서 하반기 정국을 지켜보다 출마 여부와 방식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선 출마선언 시기가 당초 알려진 7, 8월을 넘겨 9, 10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널A 영상]세상 누구도 듣지 못한 안철수 리얼스토리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안철수#대선 출마#민주 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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