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世宗정신 잇겠다”… 영남후보 대세론에 ‘중도표 결집’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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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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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유력 주자 중 첫 출사표

장소 의식했나… 똑같은 손짓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손 고문은 “세종대왕이야말로 만백성을 하나로 통합한 성군이었다”며 세종대왕의 정신을 잇겠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장소 의식했나… 똑같은 손짓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손 고문은 “세종대왕이야말로 만백성을 하나로 통합한 성군이었다”며 세종대왕의 정신을 잇겠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년 만의 재도전이다.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을 탈당해 뒤늦게 ‘남의 당’ 경선에 합류한 이방인이었다. 지금은 당대표를 두 차례 지낸 ‘전직 대표’이자 당내에 자기 계파를 가진 유력 대선주자다. 지난해 말에는 우여곡절 끝에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을 이뤄내 야권통합의 발판을 마련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4일 출사표를 내며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치고 나섰다.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을 배경으로 삼아 자신이 세종대왕 같은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보여줬다.

그만큼 손 고문이 이날 출마 선언을 통해 강조하려 했던 것은 ‘자신감’이다. 그는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 때 새누리당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이뤄낸 ‘4선 의원’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등 화려한 경력에서 비롯된 국정 비전을 쏟아냈다. 특히 두 차례 당원들로부터 대표로 선택받은 만큼 이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탈당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떨쳐내겠다는 의지도 읽혔다. 손 고문의 최측근인 신학용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젠 (상처에서) 치유됐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손 고문이 헤쳐가야 할 올해 대선 정국은 2007년보다 결코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수년간 정체 중인 지지율과 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도지사로 상징되는 ‘영남후보 대세론’을 극복하는 게 최대 과제다. 손 고문은 2008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를 그만둔 뒤 민생투어를 떠났고 강원도에서 2년간 칩거하며 내공을 쌓았지만 이를 지지율 반등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1일 발표한 대선주자 다자구도 선호도에서 그는 3.6%에 머물렀다.

손 고문을 더 옥죄는 것은 당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는 ‘영남후보론’이다. 그는 13일 대구대 특강에서 “영남후보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문 고문과 김 지사를 겨냥했지만 아직까진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TK(대구·경북) 출신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PK(부산·경남) 출신이 그나마 해볼 만하다는 논리를 깨지 못하고 있는 것. 당 밖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PK 출신인 점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손 고문은 당분간 ‘중부권 후보론’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신학용 의원은 낮은 지지율과 관련해 “손 고문이 인지도는 상당한 만큼 당내 경선이 시작되면 그동안 준비한 게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남후보론 타개책에 대해선 “지역 기반보다는 중도 성향의 표를 누가 많이 끌어오느냐에 대선 승패가 달려 있다는 점을 경선 기간에 각인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고문만의 뚜렷한 전략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손 고문이 이날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그런 것 없다. 단지 내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말한 데에도 이런 고민이 묻어난다. 그가 늘 강조하는 ‘진정성’을 갖고 뚜벅뚜벅 가다 보면 정상에 오를 기회가 찾아올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이날 출마 선언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지나가던 시민 수백 명이 정치인생의 건곤일척(乾坤一擲) 승부에 나선 손 고문을 지켜봤다. ‘손학규’를 연호한 일부 지지자의 목소리를 그가 어떻게 키워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손학규#대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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