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이달 내 출마선언 원해… 경선룰 침묵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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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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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현행이 낫다는 생각 확고… 경선일정 연기에도 부정적”일각 “통 큰 해법 내놓을수도”

‘박근혜의 입’은 언제 열릴까. 대선후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 ‘룰의 전쟁’이 불붙고 있으나 정작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침묵은 50여 일째 이어지고 있다.

4월 23일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건 조금 말이 안 된다”고 말한 이래 아무런 추가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의 생각이 50일 전과 똑같은 것인지, 다소나마 바뀔 여지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핵심 참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박 전 위원장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는 있다.

우선 박 전 위원장은 당헌·당규에 규정된 경선일(8월 21일)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룰을 바꾸자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태도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박 전 위원장의 4월 23일 발언의 방점은 ‘경기의 룰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매번 주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바꾸자고 하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선거 직전 룰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느냐”며 “선진 정당이라면 룰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나름대로 해외 주요 국가들의 경선 제도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보다 현행 룰이 더 바람직한 경선 룰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 측 인사는 “(일각에선 2007년 경선 패배 트라우마를 말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가 더 좋은 안이라면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받을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은 100% 당원으로 가거나(투표하거나), 100% 국민 참여로 가는 것보다 이 둘을 절충해서 가는 게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런던 올림픽 일정과 야당의 경선 일정에 맞춰 경선일을 9월이나 10월로 늦추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박 전 위원장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후보의 도덕성 검증뿐만 아니라 정책과 국정운영 능력 검증을 위해서는 대선일 6개월 전 정도에는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의 이런 생각에 따르면 현행 경선 룰을 고치기 위한 논의기구에 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비박 주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고 “강자인 박 전 위원장이 논의의 장을 틔워줘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경선 룰 문제가 걸려 있어 대선 출마선언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박 전 위원장은 가급적 6월 내 대선 출마선언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선에 가기 전에 판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 전 위원장도 당이 룰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 상황을 답답해하는 것으로 전해져 일각에선 ‘통 큰’ 정치적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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