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3인 “경선룰 정해야 후보등록” 배수진

  • Array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손잡은 이재오-정몽준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오른쪽)와 이재오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당의 대선 경선 룰이 개정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손잡은 이재오-정몽준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오른쪽)와 이재오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당의 대선 경선 룰이 개정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이 10일 일제히 총공세에 나섰다.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주류에 맞선 비박계의 ‘6·10항쟁’인 셈이다. 당 지도부는 11일 대선 경선관리위원회를 띄울 예정이다. 현 당헌·당규대로 경선을 치를 경선관리위가 출범하면 비박 주자들이 요구해온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이를 앞두고 두 진영이 ‘벼랑 끝 대치’에 들어간 것이다.

1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를 찾은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등 비박 주자들은 “경선 룰이 확정된 이후에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경선 불참 카드를 분명하게 꺼내 든 것이다.

일각에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마지막 히든카드인 ‘탈당’을 암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경선 후보로 일단 등록하면 선거법상 마지막까지 완주하지 않더라도 탈당해 본선에 나설 수 없다. 이른바 ‘이인제법’이다. 하지만 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탈당 카드는 언제든 살아 있게 된다. 이 의원은 이날 ‘후보 등록 거부’에 대해 “1차적으로 낮은 단계에서 후보들이 합의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점차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비박 주자들은 황우여 대표와의 면담도 거부했다. 정 전 대표는 “이미 전당대회 직후 따로 만나 우리 의견을 다 말했다. 아무런 검토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선 경선을) 진행하겠다는데 또 만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대회에서도 관련 규칙을 4년마다 정비하는데 새누리당만 후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기구를 만들 수 없다는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현 당헌·당규대로 8월 21일 경선을 치른다는 것이다. 현 당헌에는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 비율로 후보를 뽑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예정대로 11일 경선관리위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다만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비박 진영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때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 산하에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문기구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비박 진영에서는 오히려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은 “자문기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황 대표가 지금 할 일은 박 전 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대선주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자문기구 대신 ‘경선준비위에 버금가는 당내 특위를 만들자’거나 ‘경선관리위 산하에 경선 룰 소위를 두자’는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행 룰대로 8월 21일 경선을 치르자’는 박 전 위원장 측과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경선 날짜 연기’를 주장하는 비박 주자들 간에 접점을 찾기 힘든 상태다. 당분간 대치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날 “(룰과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상관없이 ‘경선 지킴이’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임 전 실장은 “비박 세력은 경선 룰 변경을 요구하며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박 전 위원장은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며 양비론을 폈다. 또 “현재 룰대로 경선을 진행하겠다는 발상은 공무원 수준, 창구직원 수준의 발상”이라며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비박#경선룰#이재오#정몽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