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꺾인 이해찬, 逆색깔론 노이즈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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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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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후보인 이해찬 의원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에 대한 새누리당의 비판을 ‘매카시즘’이라고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후보인 이해찬 의원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에 대한 새누리당의 비판을 ‘매카시즘’이라고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통합당 6·9 전당대회를 사흘 앞둔 6일에도 이해찬 후보는 “종북 사상이니, 자격 심사니 하며 대대적인 이념 심사를 자행하는 것은 악질적인 매카시즘이다. 매카시적 광풍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면 이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라고 역공세를 이어 나갔다.

“북한인권법 제정은 내정간섭이자 외교적 결례”라고 발언한 뒤 쏟아진 새누리당의 비판을 ‘매카시즘 광풍’이라고 응수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 후보 측에선 “논란이 일겠지만 결과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당내에서조차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자충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 “사상 검증? MRI로? X레이로?”

이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말을 그냥 넘어가면 인정하는 꼴이 돼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 국가의 큰 당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상대 당 의원의 사상과 국가관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전날 이 후보의 북한인권법 관련 발언과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변절자’ 막말과 관련해 “국회의원 자격 심사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황 대표를 향해 “북한을 유엔에 가입한 나라로 그 실체를 인정하는지, 아니면 반국가단체로 정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헌정질서를 유린한 5·16 쿠데타와 12·12 쿠데타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을 묻는다”고 반문했다. 그는 “국회의원, 장관, 국무총리까지 역임하면서 유권자와 국가의 검증을 받은 나를 두 사람이 심사할 자격이나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용공주의자’라고 낙인찍고 줄기차게 공격했던 세력이 새누리당”이라며 자신이 김 전 대통령처럼 색깔공세를 당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종북 논란에 휘말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서도 “국회는 사상검증을 하는 곳이 돼선 안 된다. MRI(자기공명영상)로 할 거냐, X레이로 할 거냐”라고 반문했다.

○ 노이즈마케팅 성공할까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노이즈마케팅(고의적 구설수를 이용하여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 측면에선 성공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그러나 전대를 사흘 앞둔 상황에서 그가 지지층 결집에 성공할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당직자는 “속 시원하게 할 말을 한 것이어서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수도권 3선 의원은 “막말로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황당한 전략이다. 민주당 지지층이 비상식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냐, 뭐냐”고 평가절하했다.

경선 초반 이 후보는 압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10차례 실시된 지역순회 대의원대회에서는 김한길 후보에 2승 8패로 참패했다. 지금까지 치러진 지역 대의원투표가 전체 득표율의 15%에 불과하지만 ‘이해찬 대세론’은 사라졌다. 정책대의원 2600명 중 2000명을 보유한 한국노총이 김한길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도 큰 부담이다.

○ 강성 발언 vs 겸손 모드

이런 부진은 이 후보가 대표주자로 나선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공천 독식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이 후보가 지난달 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대표 이해찬-원내대표 박지원-대선후보 문재인’ 구도를 염두에 둔 ‘이-박 연대’를 띄우자 곧장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아울러 평소 이 후보의 언행이 표를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많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와 연대하는 다른 후보가 없지 않나. 독불장군 같은 이 후보 개인의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김한길 후보 측은 막판까지 ‘겸손 모드’를 보여 이 후보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는 총리도 지낸 훌륭한 분인데 방송토론회나 합동연설에서 왜 내게 자꾸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나는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정책기획수석으로서 정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을 마련한 사람이다. 위기대응 능력이란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해찬#민주통합#전당대회#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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