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당원비대위 출범 강행… 통진, 정당 초유의 ‘한지붕 두 비대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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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해도… 줄기차게 ‘이석기-김재연을 위한 행진곡’
당권파 ‘李-金 금배지 사수’ 위한 당내 진지 구축
비당권파 “오늘까지 사퇴서 안내면 출당 진행”
야권원로모임 원탁회의 “강기갑 비대위 지지”

강기갑, 원탁회의 원로들과 회동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한복 입은 이)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진보성향 원로그룹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 멤버들과 만나 당의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왼쪽 아래에서 두 번째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강기갑, 원탁회의 원로들과 회동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한복 입은 이)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진보성향 원로그룹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 멤버들과 만나 당의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왼쪽 아래에서 두 번째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버티기용 진지 구축’을 위해 결국 당내 ‘딴 살림’을 차렸다.

의석 13석의 제3당에 두 명의 사실상 대표(비상대책위원장)를 두는 한국 정치사 초유의 코미디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지켜내고 당권도 절대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당권파의 오병윤(광주 서을), 김미희 당선자(경기 성남 중원)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원비대위 발족을 선언했다. 당원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오 당선자는 회견에서 “허위와 날조로 가공된 (비례대표 부정선거) 진상조사보고서를 반드시 폐기하고 당원의 힘으로 당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비대위는 무효’라는 기존 주장은 펴지 않았지만 현재 당 상황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며 당원비대위가 정통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김선동 의원, 이상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등 당권파도 잇따라 합류할 예정이다.

당원비대위는 유선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사무총장에 해당하는 집행위원장에, 경기동부연합 소속으로 분류되는 김미희 당선자를 대변인에 임명했다. 김 당선자는 21일부터 별도의 언론 브리핑도 할 예정이어서 통진당은 앞으로 혁신비대위와 당원비대위의 ‘한 지붕 두 비대위’에 이어 ‘한 지붕 두 브리핑’도 하게 됐다. 김 당선자의 남편인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현 현안대응팀장) 등 당권파 당직자들도 이날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혁신비대위가 18일 단행한 당직 인사에 대해 “정치적 보복인사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혁신비대위 측은 “당 대표기구는 혁신비대위 하나뿐”이라며 이, 김 당선자에 대해 예정대로 21일 오전 10시까지 비례대표후보자 사퇴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두 당선자가 그때까지 사퇴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출당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에게 두 개의 비대위로 비칠 수 있다. 명칭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당원비대위 측에 개명을 요구하는 등 날을 세웠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보성향 원로그룹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의 좌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상근 목사,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등을 초청해 통진당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야권연대 막후 조정 등 최근 진보진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원탁회의 원로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 당선자를 압박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이다.

백 교수 등 원탁회의 멤버들은 1시간 40여 분간의 회동에서 “혁신비대위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더 과감하게 혁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득권을 더 내려놓고 희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이정미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멤버들은 당권파에 대해 “당원비대위 같은 조직이 당 쇄신의 발목을 잡는 것을 우려한다. 경쟁부문 비례대표 후보의 사퇴는 당이 거듭나는 기본적 조치이며 출당 조치 등 더 과감한 결단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김 당선자의 출당 조치에 대해선 “21일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출당조치 등에 대해) 회의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당원이 추진하는 ‘중앙위원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중앙위 정회와 이후 진행된 중앙위 전자투표의 정당성을 놓고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소송에서 패한 측은 입지가 상당 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통합진보당#통합진보당 당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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