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종북-폭력의 그림자]민노 창당 주역들 “비대위 중심 뼈 깎는 쇄신을”

권영길-천영세-문성현 前대표
“이석기-김재연 사퇴 설득할 것”

“민심에 고개 숙여 사죄” 천영세 권영길 문성현 옛 민주노동당 대표(왼쪽부터)들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진보당이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중심의 당 쇄신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옛 민주노동당의 창당 주역인 권영길, 천영세,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가 17일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내부 논란을 불식하고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통진당의 전신 민노당의 11년 역사를 대표하는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위원회 결정은 국민을 섬겨야 할 공당이 취할 최소한의 조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앙위 의결로 구성된 강기갑 혁신비대위에 맞서 별도의 당원비대위를 추진하는 당권파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들은 12일 중앙위원회의 난투극에 대해 “야만적 폭력사태는 진보정당에선 벌어져선 안 되는 비극적 사태”라며 “국민의 지지와 혈세로 운영되는 공당의 최고의결기구에서 목불인견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 창당의 주역으로서 쏟아지는 비판과 등 돌리는 민심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드리며 눈물로 참회한다”고 말했다.

혁신비대위에는 “숨겨진 치부를 드러내고 근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례대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비대위의 요청이 있으면 이들을 만나 사퇴 설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당의 원로들까지 나선 것은 당권파의 비민주적 행태에 더는 침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NL계(민족해방계열)와 PD계(민중민주계열)의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당권파의 당원비대위 추진에 대해 “현재 당을 대표하는 기구는 혁신비대위 하나”라며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국민의 실망을 증폭시키는 일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비대위는 비례대표 사퇴 문제를 풀기 위해 전날 14명의 경쟁 부문 후보와 접촉한 결과도 밝혔다. 이정미 비대위 대변인에 따르면 공식 사퇴 의사를 밝힌 이들은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회장(1번), 이영희 전 민노당 최고위원(8번), 오옥만 전 국민참여당 최고위원(9번), 노항래 전 당 정책위의장(10번),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11번), 윤난실 전 진보신당 부대표(13번), 문경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16번), 박영희 전 진보신당 부대표(17번), 윤갑인재 전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20번) 등 9명이다.

김수진 후보(19번)는 “사퇴 의사가 있으나 (이석기 김재연 등) 선순위 후보들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당권파인 황선 전 민노당 부대변인(15번)은 사퇴 의사가 없다고 한다. 장애인 명부인 조윤숙 후보(7번)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강 위원장은 이날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해 “국민 앞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민주당의 발목을 잡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