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힌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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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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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본회의 회부절차 완화해야”
야 “사실상 직권상정 수용못해”

텅빈 본회의장 24일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 간 견해차로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112위치추적법 등 민생법안도 줄줄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텅빈 본회의장 24일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 간 견해차로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112위치추적법 등 민생법안도 줄줄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여야는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국회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국회선진화법) 수정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 모두 마지막 본회의가 될지 모르는 이날까지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단 한 가지 성과조차 못 내는 무능력, 무책임 18대 국회상을 재현한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식물국회를 우려한 당내 비판론에 떠밀려 23일부터 부랴부랴 대안 마련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당내 일각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소관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의안신속처리제도(패스트 트랙)에 따라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선정되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제도)를 종료할 때도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자칫 국회가 마비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협상 파트너인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원안 가결을 주장하면서도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후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틀간 합의 도출을 시도했고, 한때 타결이 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막판에 법제사법위원회에 대한 해법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협상 중에 고질적인 법사위 법안 지연 처리를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이에 민주당은 절충안을 제안했다. 법사위에서 계류 120일이 지나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합의하고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국회 본회의로 법안을 넘기자고 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로 결정하자고 역제의를 하면서 틀어졌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새누리당의 제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지만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박선숙 의원은 의총 도중 “어디까지 양보하는 거냐. 그럼 날치기 하라고 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의총은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세를 형성했다. 김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요구는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에서 표결해서 재적의원 과반이 되면 의장의 직권상정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방침을 최후 통보했다.

새누리당의 당내 사정도 비슷했다. 민주당이 법사위 법안 지연 처리 방안에 합의했더라도 의총에서 추인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당내 반발파들의 주장은 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요건을 5분의 3 이상에서 과반수로 낮추라는 것이었지만 황 원내대표가 ‘국회 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여야의 기본 합의정신에 따라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결국 황 원내대표는 “합의가 다 됐지만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시간적으로도 법사위 처리에 한나절(6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4일 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히면서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이날 협상 결렬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각 당 의총에서 추인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협상안을 갖고 여론 무마용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일단 여야는 향후 협상을 계속 진행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과 아울러 민생법안 처리 불발에 대한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18대 국회 내에서 결론을 내리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국회#국회선진화법#새누리당#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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