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 ‘北로켓 발사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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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연기-야외수업 금지-페리운항 중단

수학여행 취소, 소풍 및 야외 체육수업 금지, 페리 운항 중지….

북한의 로켓 발사 예상일(12∼16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본 열도가 야단법석이다. 일본 신문과 방송들은 북한 로켓이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오키나와(沖繩)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와 보도를 지난 주말부터 쏟아내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로켓이 정상궤도를 이탈해 떨어지거나 추진체가 예상 지점과 달리 잘못 떨어지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초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가가와(香川) 현과 오카야마(岡山) 현 내 8개 중학교는 일정을 연기했다. 효고(兵庫) 현의 한 고교는 행선지를 오키나와 인근 이시가키(石垣) 섬에서 삿포로로 바꿨다. 오키나와 현지 여행사에는 일반 관광객의 예약 취소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로켓 발사로 부상을 당했을 때 보상책을 묻는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키나와 현 내 일선 학교도 비상이다. 현 교육위원회는 로켓 발사 직후 학생들을 건물 내로 피난시키도록 각 학교에 지시했다. 발사 예고기간에 아예 소풍이나 실외 체육수업 등 야외활동을 금지한 초중학교도 21곳에 이른다.

이번 주부터 흑다랑어 어획 시즌을 맞은 오키나와 주변 해역 어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야에야마(八重山) 어업협회 우에하라 가메이치(上原龜一) 조합장은 “어부들에게는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보너스 기간”이라며 “(북한 로켓 발사는) 정말로 성가신 짓”이라고 분노했다.

바닷길과 하늘길에도 로켓 발사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키나와 일대 섬들을 오가는 페리는 로켓 발사 소식이 알려지면 운항을 중지하기로 했다. 상선회사들은 필리핀 동방항로를 피해가도록 소유 유조선들에 지시했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항공(ANA) 등 일본 항공사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끝날 때까지 필리핀 해역 상공을 지나는 국제선 9편의 항로를 변경하기로 했다. 항공기들이 우회하면서 도쿄와 마닐라, 자카르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항공기들의 비행시간은 5∼20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로켓 발사는 자위대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생각도 바꾸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태평양전쟁 당시 많은 사람이 희생됐던 오키나와에서는 자위대를 옛 일본군과 동일시해 반감을 가진 주민이 많았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로켓을 요격하기 위한 패트리엇(PAC-3) 로켓이 설치된 이시가키 시 등 오키나와 현 각 자치단체에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발사 정보를 속보로 알리는 총무성의 ‘J 경보’ 시스템을 확인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은 1단계 로켓은 한국 남서쪽 서해에, 2단계 로켓은 필리핀 북부 루손 섬 동쪽 약 140km 지점에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북한#北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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