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사찰 증거인멸 지시 靑윗선 역추적… 檢 “수사 커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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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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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의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목표는 우선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이른바 ‘윗선’을 찾아내는 것이다. 증거인멸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는 장 전 주무관이 폭로한 내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부터

이영호 전 비서관
이영호 전 비서관
검찰 안팎에서는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의 형사처벌이 재수사의 우선적인 과제로 거론된다. 이 전 비서관은 2010년 7월 검찰 수사와 장 전 주무관 등 사찰 실무자들에 대한 기소 및 공판 이후 증거인멸의 윗선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장 전 주무관은 이달 초 첫 폭로 때 최종석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직접적인 ‘윗선’으로 지목했지만 이 전 비서관이 그의 상급자다.

장 전 주무관은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증거인멸을 지시받은 2010년 7월 7일 오후 이 전 비서관이 사용하던 대포폰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최 전 행정관의 말을 인용한 장 전 주무관의 폭로 중에는 “이 전 비서관을 원망하는 마음도 있지만, 저 사람 여기서 더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는 내용도 있다. 14일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년간 매월 280만 원씩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했다”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됐다. 민주통합당 ‘MB(이명박) 정권 비리 및 불법 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장 전 주무관의 진술 녹취록에 따르면 장 전 주무관은 “이 전 비서관이 마련해준 돈이라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입막음 의혹까지 제기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애초 수사 때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기소만 이뤄졌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최소한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한 증거인멸은 현행법상 죄가 되지 않지만 증거인멸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 문제가 된다.

○ 이 전 비서관 윗선 나올까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최 전 행정관이 자신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며 ‘검찰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과의 조율’을 거론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 여부는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수사 성과에 달려 있다. 특히 이 전 비서관이 ‘또 다른 윗선’을 진술한다면 수사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0년 수사 때 기소를 피한 이 전 비서관이 재수사를 받는다고 해서 증거인멸 의혹을 시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증거인멸 지시 의혹을 시인할 경우 그 전제가 되는 민간인 불법사찰의 책임까지 자신이 떠맡게 된다. 불법사찰 자체를 지시한 윗선이 있고 그 사실을 이 전 비서관이 진술한다 해도 이 전 비서관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전 비서관이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이 지금까지의 폭로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물증을 가지고 있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월권은 드러날 듯

이 전 비서관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전횡에 대한 수사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년간 매월 280만 원씩 이 전 비서관 등에게 상납했다”는 의혹은 장 전 주무관 폭로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특히 청와대 조직인 고용노사비서관실이 국무총리실 조직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사실상 지휘해 온 사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 기강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업무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공식 업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비서관의 과잉 충성’이 문제의 시작”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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