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中 이어도 관할권 주장 용납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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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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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국 수역 중첩… 한국이 이해해 달라”

외교부 떠나는 장신썬 대사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어도 문제와 관련해 김재신 차관보를 만난 뒤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빠져나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외교부 떠나는 장신썬 대사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어도 문제와 관련해 김재신 차관보를 만난 뒤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빠져나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부는 12일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어도는 양국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인 해양경계 획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한국의 관할 범위에 들어있다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최근 이어도 문제에 대한 중국 언론의 보도 배경을 물으면서 이 같은 공식의견을 전달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장 대사는 “본부 지침을 받지 않았다”면서도 “이어도가 양국 간 해당 수역에 중첩되는 구역에 있어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한국이 이해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 대사는 류츠구이(劉賜貴) 국가해양국장이 최근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蘇巖礁)가 중국 관할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가 동원되는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이날 오전 주한 중국대사관 실무자를 불러 류 국장의 발언에 대해 따져 물었으나 이 자리에서도 중국 측의 공식 의견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어도는 중국과 한국 간 EEZ가 겹치는 지역에 있어 관할권을 놓고 양국 간 신경전이 계속돼 왔다. 한국은 이어도가 지리적으로 중국보다 한국에 훨씬 가까운 만큼(마라도에서 149km) 관할권을 갖는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 중국은 “해안선의 길이와 영토 규모, 대륙붕의 연장선 등을 감안해 경계선을 그으면 우리 관할구역”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국은 1996년 이후 매년 EEZ 경계획정 회담을 진행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후속 대응에 신중한 분위기이다.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로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어도 문제까지 확산될 경우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해양경계 획정 때 이어도가 한국 측 관할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굳이 이 문제를 키워 협상만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 당국자는 “류 국장의 이어도 발언은 중국과 일본 간 해양영토 분쟁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며 “자칫 대응을 잘못했다가는 한국이 중-일 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에 끼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당국자도 “이어도에는 한국의 해양과학기지가 있어 우리가 사실상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 문제를 키웠다가는 중국과의 EEZ 협상만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기존 방침대로 “이어도의 귀속 문제는 쌍방이 담판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류웨이민(劉爲民)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어도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견해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이어도가 아닌) 쑤옌자오라고 부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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