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軍방호장비’ 아프간 파병부대로 납품될 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12시 03분


경찰, 주파수교란장비 엉터리 납품 업체 대표 구속영관급 장교 등 현역 군인 4명도 연루

엉터리 군 방호장비가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로 납품돼 우리 장병의 생명을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프간 '오쉬노' 부대에 납품하는 방호용 주파수 교란장비를 저가의 중국산 부품으로 엉터리로 만들어 2010년에 납품, 정부로부터 10억3500만원을 벌어들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대테러장비 제조업체대표 김모(33) 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하고 납품하는 과정에서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운용 중인 주파수 교란장비의 차단 주파수 대역을 김 씨에게 누설한 현직 A(35) 소령 등 2명, 이 장비의 문제점을 알고도 성능 테스트에서 이를 묵인한 방위사업청 소속 B(43) 중령 등 4명의 군인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넘겼다.

특수부대에서 7년간 폭발물 처리를 담당했던 김 대표는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고가의 미국산 주파수 교란장치로 둔갑시켜 총 5대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약 4배의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파수교란장치는 리모컨 등으로 작동하는 자살폭탄의 테러 주파수를 교란, 우리 장병의 생명을 보호하는 필수 장비다.

그러나 김 씨가 납품한 장비는 단거리 차량용 리모컨 주파수조차 교란하지 못하는 불량제품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문제의 불량 장비는 정부에 납품은 됐으나 아프간의 우리 군에 공급되기 전에 적발됐다.

특정 조건에서 12시간 이상 운용돼야 하는 주파수 교란장비가 2시간 만에 고온으로 오작동이 발생했음에도 방위사업청 소속 B중령은 이를 눈감아주고 시험 조건을 유리하게 바꿔주는 방식으로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원가를 부풀려 주파수 교란장비를 납품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레바논 동명부대에 파견 중인 A소령 등 2명이 군사기밀을 누설한 점을 들고 있다.

A소령 등은 기존 사용 장비인 영국제 주파수 교란장비의 주파수 차단대역과 장비 제원표, 안테나 배치표 등 중요 정보를 아프간과 환경이 비슷한 레바논 동명부대 내 인터넷을 통해 유출함으로써 김 씨가 이 같은 장비를 만드는 데 일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2007년부터 공항을 비롯해 여타 기관에 납품한 대테러장비 25종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한편 이번 주파수 교란장비 납품과정에서 방위사업청 등 국가기관 공무원을 상대로 수차례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폭발물 탐지 장비인 X-레이 제너레이터를 허가 없이 취급, 원자력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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