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97개 FTA 중 한쪽이 폐기시킨 사례 ‘0’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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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집권 땐 FTA 폐기할 수도” 주장하는데…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과 관련해 “매우 유감이고 부당하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행점검 시기에 폐기 주장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양국 관계 및 국제사회 신뢰 문제도 있고, 전략적 경제적 이익을 봤을 때 폐기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례가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 시간)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발효 정지 및 재검토 서한에 대해 “우리는 한미 FTA가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고,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야권에서 협정문상의 조약폐기 조항을 들어 FTA 폐기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제규범상 폐기 조항을 관례적으로 넣는 것과 실제로 이를 근거로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에 발효 중인 FTA 297건 가운데 지금까지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 요구로 협정이 파기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1987년 체결된 미-캐나다 FTA가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출범으로 폐기된 적은 있지만 이는 조약의 ‘업그레이드’로 봐야 한다.

태국에서도 2006년 태국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크라이삭 춘하완 상원의원이 태국-호주 FTA를 무효화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기각된 사례가 있다. 당시 탁신 친나왓 정부와 대립 각을 세웠던 상원의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FTA 폐기를 주장한 것. 정치적 혼란이 있었지만 태국은 호주와의 FTA로 2007년 대호주 자동차 수출이 50.2% 급증하는 등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봤다. 베네수엘라에선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2006년 “미-페루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페루가 베네수엘라 주재 자국 대사를 전격 소환하는 외교마찰을 빚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발효를 앞둔 한미 FTA를 폐기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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