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집트 민주화 시위현장 한국인 첫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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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서 민박운영 50대女… “시위엔 참여 안했다” 주장

이집트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반정부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중동·아프리카를 휩쓴 ‘재스민 혁명’ 이후 한국인이 현지의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인 김모 씨(50·여)는 5일 저녁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이집트인 10여 명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 김 씨는 구속 상태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타흐리르 광장 근처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당시 시위 현장에서 다친 이집트인들에게 약을 발라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씨는 “약을 사러 갔다 오는 길에 시위 현장이 궁금해 가까이 가본 것일 뿐 시위에 참가하거나 시위자들을 도운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7년 전 관광비자로 이집트에 들어가 카이로에 거주해 왔으나 현재 여권 유효기간이 지나고 비자도 만료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는 지난해 2월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 이후 군부를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가 들어선 상태다. 군부는 최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탄압한다는 비판 속에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지금도 시위가 산발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김 씨가 광장 근처에 살다 보니 휩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에 대한 경찰 조사는 함께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과 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이집트에서는 무슬림을 상대로 기독교 선교를 하던 한국인들이 체포돼 추방당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상태”라며 “이런 분위기가 김 씨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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