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式 깜짝 인선… ‘도로 법조당’되나 비판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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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위원 면면 살펴보니

31일 구성된 한나라당 4·11총선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에는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깜짝’ 인사가 많다. 외부 공천위원 대다수는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인물이다. 하지만 전체 구성을 보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우는 정치 및 정책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여성계, 이공계, 문화예술계 전문가와 교육시민단체, 중소기업 관계자를 두루 포진시켜 공천위원들이 앞으로 각 분야의 인재 추천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최연소로 2008년 9월 임기 4년의 총장에 취임했다. TV 프로그램 ‘비타민’의 ‘위대한 밥상’ 코너에 출연하며 먹거리와 관련한 해박하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인기를 모았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젊고 혁신적인 인재 발굴을 위한 인선이다.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는 공연예술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을 국내에 소개하며 뮤지컬 대중화에 기여했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도 정동극장 극장장과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을 지낸 문화예술계 전문가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전 대표와도 가깝다. 홍 대표는 “(과거) 안티 한나라당이었다”며 “배에 난 구멍을 균형과 안배로 막아보겠다”고 말했다.

박승오 KAIST 교수는 국내의 대표적인 항공우주공학 전문가다. 박 교수는 “정치권에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진출해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비엠금속 대표로서 중기중앙회 산하 동반성장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비롯해 대기업 불공정 행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우리 아이 지킴이’를 자처하는 시민단체 패트롤맘 진영아 회장은 지명도가 가장 낮은 인사다. 진 회장의 영입은 심각해진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주부들의 사회활동을 장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채널A 영상] 한나라 공심위, 또 법조인 출신 수장…친이계 전멸?

당내 인사로는 권영세 사무총장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의 친박(친박근혜)계 현기환 의원, 비례대표인 이애주 의원이 임명됐다. 이 의원은 1974년 8월 15일 박 위원장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총탄에 맞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을 당시 수간호사로 수술장을 지킨 인연이 있다.

공천위 인선 면면을 높고 당 안팎에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도로 법조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공천 작업의 키를 쥔 정홍원 공천위원장과 정종섭 부위원장, 권 사무총장이 전직 검사나 사법시험 출신이기 때문이다.

18대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은 38명의 법조인을 국회에 입성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민심을 못 읽는 ‘엘리트당’이란 비판을 받는 한 원인이 됐다. 이에 홍준표 전 대표는 “총선 공천에서 판검사 출신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이 강조해 온 ‘공정 공천’을 책임질 공천위원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다. 진영아 위원은 이날 “정당 활동 경험이 없다”면서 ”평범한 시민, 엄마의 마음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년 전 한나라당 당적을 가졌고. 2009년 6월∼2011년 9월 당 중앙위원회 총간사를 지냈다. 한나라당 외곽조직인 ‘뉴한국의 힘’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병문 위원은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이 ‘비밀주의’ 인선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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