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동 농지 임대”… 北김정은 적극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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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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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3개주 수백만 ha 외국인에 5년이상 빌려줄 것”
9월 공식발표할 듯… 北, 연해주 주지사 초청 등 의욕 보여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의 유휴농지를 외국인에게 농업용으로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올해 9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러시아의 유휴농지 임대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연해주 주지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러시아 농지가 아시아 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1월 27일자 1면 기사에서 “가까운 장래에 극동지역 수백만 ha의 토지가 외국인에게 장기 임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경제발전부가 올해 9월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위해 외국인투자가 유치 방안의 하나로 이런 계획을 마련해 연방정부에 제출했다는 것. 경제발전부 안드레이 슬레프네프 차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극동과 동서 시베리아 지역의 발전을 위한 구체 방안을 준비했다”며 “현재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제시할 농업 관련 약 20개 투자항목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연방정부가 이 방안을 받아들이면 APEC 정상회의에서 신임 러시아 대통령이 공식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정부가 외국인에게 임대를 고려 중인 지역은 북한과 맞닿은 연해주와 아무르 주, 하바롭스크 주 등 3곳이다. 러시아국제정치 및 세계경제연구소는 이 지역들의 농지 경작률은 50%에도 못 미치며 쌀과 콩 등을 재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대료는 상징적인 수준으로 매우 저렴할 것으로 전해졌다. 슬레프네프 차관은 “임대기간은 5년 이상이 될 것이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현재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태국 등에서 투자자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 언론에도 관련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 관련 부문이다. 지난해 9월 북한 당국은 극동의 여러 지역에 수십만 ha의 농지를 임차해 곡물과 채소 등을 생산하는 거대 농업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슬레프네프 차관은 “북한은 아무르 주 농지 임차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내에서의 반응은 엇갈린다. 찬성론자들은 정체된 극동지방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는 창조적 방안이라고 환영한다. 러시아 과학원 극동문제연구소의 한 학자는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려온 극동 지역이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잉여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어 모두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반대론자들은 이 지역이 외국인 이민에 점령당해 사실상 러시아 속의 다른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고 환경 파괴도 클 것으로 우려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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