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의 굴욕… 檢, CNK 주가조작 관련 사상 첫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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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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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 사태’ 金외교 거취 주목

30일 오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외교부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0일 오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외교부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씨앤케이(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외교통상부 청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외교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와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10시경 압수수색 계획을 통보한 지 10분도 채 안 돼 외교부에 들이닥쳤다. 김 장관이 주재하는 간부회의가 끝난 직후였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외교부 간부와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당국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니 황망할 따름”이라며 “멍한 분위기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 “참담한 심정일 뿐”이라는 한숨 섞인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일각에선 “한 사람(김 전 대사)의 잘못 때문에 외교부 전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느냐”는 다소 격한 반응도 나왔다.

수사관들은 이날 직위해제 조치돼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김 전 대사의 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잠근 뒤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외 공관에서 보내온 외교전문을 접수하는 외교정보시스템실, 사건의 발단이 된 보도자료를 배포한 대변인실 등에서도 관계자 면담 조사와 함께 5시간 가까이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 金외교 “무한한 책임 느낀다” ▼
정치권 퇴진공세 거세질 듯
외교부 “3월 핵정상회의 앞두고 수장 물러날때 아니다” 반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외교부 직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있던 외교부 당국자는 “어차피 절차상 진행되는 일”이라며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이후 검찰 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김 장관의 거취 논란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교부 측은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 중요한 국제회의와 업무를 앞두고 수장이 물러날 때가 아니다”라며 반론을 펴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2월 국회에서 그의 책임론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경질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장관의 거취 문제는 이미 정리된 것으로 안다. 김 장관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며 “김 장관은 4일 출발하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예정대로 동행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로서는 낯을 들기 어렵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 결과는) 저도 충격이었고 조직의 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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