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北에 기회의 창 열어놔… 도발 시엔 강력하게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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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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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신년 연설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비서진이 배석한 가운데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로 6자회담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비서진이 배석한 가운데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로 6자회담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지금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다. 우리는 (북한에)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북한 지도부에 변화를 촉구했다. 또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서다. 》
● 안보 분야
“北 핵 활동 중단하는대로 6자회담 재개 가능”
“한반도 평화, 남북한이 해결”… 주도역할 의지


이번 연설은 김정일 사망 후 이 대통령이 앞으로 대북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를 처음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고위 안보장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는 외교, 국방, 통일 장관 이외에 원세훈 국가정보원장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진행해온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로 6자회담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 합의를 통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 문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도발 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통일은 (주변 강대국이 아닌) 한반도의 주인인 남북한이 해결할 과제다. 주변국도 기꺼이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반도의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또 적극적인 남북 교류 의지를 갖고 있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올 한 해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방식의 남북 접촉이 추진될 가능성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북정책의 골간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톤은 바뀐 게 맞다. 우리가 북한에 손을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거나 5·24 대북 제재조치가 곧 풀린다고 넘겨짚으면 틀린다”고 말했다.
● 민생 분야

“물가부터 잡겠다” MB노믹스 사실상 폐기
대학생 임대주택 1만채 등 2030정책도 제시


이 대통령은 상당 부분을 2030세대의 민생정책에 할애했다. 특히 예산 규모, 채용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신년 연설 때는 국민이 이명박 정부의 성적을 잘 몰라준다는 생각에 ‘자랑’으로 비칠 만한 내용을 더러 넣었지만 올해엔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연설문을 ‘겸손 모드’로 작성했다는 얘기다. 연설에는 △올해 신학기 시작 전에 대학가에 대학생용 임대주택 1만 채 공급 △공공부문 신규채용을 지난해 1만 명에서 1만4000명으로 확대 △취업을 전제로 한 인턴 4만 명 채용 등 구직 기회를 박탈당한 20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정책이 다수 담겼다.

또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3%대 초반’이라는 물가억제 목표를 거론했다. 1년 뒤면 달성 여부가 확인되는 만큼 참모들로선 “대통령 말이 틀리면 부담된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이 대통령이 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해 ‘이명박=성장주의자’라는 세평을 뒤집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성장 없이는 일자리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성장을 등한시한다는 게 아니다. 물가 인상이 서민의 삶에 영향이 큰 만큼 강한 정책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오늘 제시한 (민생) 과제들의 추진 내용을 분기별로 국민 보고 형식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철저한 이행을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이다.
● 정치 분야

“공정 선거관리”가 전부… ‘관여 않겠다’ 뜻인듯

정치 분야에 대한 언급은 “역사적 책임을 갖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 여의도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해에도 정치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때는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인 만큼 일에 매진하겠다’는 의미가 컸다.

이 대통령은 다만 “어렵게 항해하는 ‘대한민국호’가 소모적 갈등과 분열로 흔들리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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