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역구 지출 1조원 늘리고 제주해군기지 1278억 삭감

  • 동아일보

새해 예산 325조원 의결
복지 증액… 4대강은 감액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 제출안 326조1000억 원보다 7000억 원 적은 325조4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 심의를 통해 국회는 정부안에서 3조9000억 원을 줄였고 복지와 일자리사업 예산을 중심으로 3조2000억 원을 늘렸다.

주요 감액 부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역점사업이었던 △4대강 관련 저수지 둑 높이기 2000억 원 △해외자원개발 출자 1600억 원 △제주해군기지 건설 1278억 원 등이다. 당초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설계조사 토지보상 항만공사 감리비 등 1327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회는 설계비 38억 원과 보상비 11억 원을 남기고 모두 삭감했다.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놓고 한나라당은 총선, 대선에서의 ‘보수표’를 의식해 최소 삭감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전액 삭감을 요구하면서 이같이 확정됐다. 기지건설 반대 시위 등으로 2011년에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1000억 원을 넘기 때문에 당장 공사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지만 해군은 사업 추진에 부담을 안게 됐다.

증액 부문은 △일자리 확충 3774억 원 △서민·중산층 맞춤형 복지 7783억 원 △경제활력 제고 5423억 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원 3042억 원 △중국 어선 불법조업 대책 지원 230억 원 등이다. 보육 교육 의료 등 복지예산은 정부안보다 6676억 원 늘어난 92조6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정부 총지출 대비 복지예산의 비중은 28.5%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은 1조 원 정도 대폭 늘어났다. 재정건전성을 감안해 정부의 총지출은 7000억 원 줄였지만 지역 예산은 예년보다 많이 늘었다는 평가다. 특히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은 정부 제출안보다 4427억 원 많은 23조1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의 ‘예산 따내기’도 두드러졌다. 정갑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은 지역구인 울산지역 예산으로 울산혁신도시 지하저류조 설치, 울산과기대 2012년 출연금 등으로 573억 원을 확보했다. 광주 서을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과 민주통합당 강기정(광주 북갑)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은 광주·전남 예산을 1000억 원 이상 늘렸다. △호남고속철도 300억 원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지원 100억 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비 100억 원 등이 포함됐다.

SOC 사업이 별로 없는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강서갑)은 △복합문화복지센터 10억 원 △수해예방사업 35억 원 △발광다이오드(LED) 보안등 설치 10억 원 △문화관광특성화시장 지원사업 5억 원 등 60억 원 규모로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여야 의원들이 앞 다퉈 계수조정소위에 민원성 ‘쪽지 예산’을 끼워 넣으면서 선심성 사업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대표’로 구성된 계수조정소위 위원에게 심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지역사업 예산을 쪽지로 전달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키운 것이다. 한 예결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가 2000건 이상 계수조정소위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18대 국회에서 예산안이 번번이 여당의 단독 처리로 통과되면서 지역 예산을 많이 챙기지 못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쪽지가 빗발쳤다고 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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