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지난해 12월 31일 2012년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18대 국회 처음으로 여야 합의에 의한 예산안 처리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결국 민주통합당이 본회의에 불참함으로써 합의 처리는 무산됐다. 이로써 18대 국회는 한 번도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의 법정처리 기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고 여야 합의 처리도 못하는 오명을 안게 됐다. 18대 들어 예산안은 2008년 12월 13일, 2009년 12월 31일, 2010년 12월 8일에야 통과됐다. 》 민주통합당이 여야 예산안 내용에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표결에 불참한 것은 론스타 국정조사 문제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 금융감독당국의 부실,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 실시나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론스타 청문회를 먼저 실시한 뒤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 도입을 논의하자는 한나라당의 절충안도 거부했다. 론스타 문제를 민주당이 들고 나온 것은 야권 통합에 합류한 한국노총 측이 론스타 국정조사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편 예산 처리에 관심이 쏠려 있던 이날 오후 6시 10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갑자기 개의됐다.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개의 6분 만에 “6월 30일자로 제2소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상정이 지연되고 있어 오늘 부득이하게 전체회의에 상정하게 됐다”며 정치자금법 일부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법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가 청원경찰법 통과를 대가로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국회의원들을 기소한 검찰 수사에 반발해 정치권이 만든 법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3월 기습 처리해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였다. 법사위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상정을 보류해 왔다.
이날 법사위는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청목회 사건처럼 특정 이익단체가 소속 회원들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기부하면 처벌이 어렵게 된다.
다만, 국회의원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면 공무원에 대한 청탁 대가로 받은 자금이라도 처벌할 수 없도록 개정하려 했던 정치자금법 제32조 3항은 “국회의원과 공무원을 차별하는 평등권 침해 요소가 있다”며 제외시켰다.
우 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이날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이인기 행안위원장이 “국민감정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하는 등 여야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법사위가 정치자금법 개정을 담당하는 정치개혁특위를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선 국민을 속이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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