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北통신 “이희호-현정은 애도와 위로… 그이께서 깊은 사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89)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56)이 26일 방북해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남측 인사로는 김정은을 처음 만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여사와 현 회장이 김정일 동지의 영전에 조의를 표시하고 김정은 동지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시했다”며 “그이께서(김정은을 가리킴) 이에 깊은 사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또 “추도곡이 울리는 가운데 이 여사와 현 회장 명의로 된 화환들이 진정됐다(놓였다). 일행은 김정일 동지 영전에 묵상했으며 그의 영구를 돌아봤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 여사가 조의록에 ‘김 위원장께서 영면하셨지만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 하루속히 민족통일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썼으며 현 회장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주신 국방위원장을 길이길이 우리의 마음속에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조문단 일행은 이날 오후 6시 20분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10분가량 머물며 조의를 표시하고 빈소를 지키고 있던 김정은을 만났다. 기념궁전에 머문 시간이 짧았던 점으로 볼 때 김정은과는 몇 분간 대면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이날 평양에 도착한 조문단 일행은 낮 12시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해 짐을 푼 뒤 오후 1시 평양 모처에서 오찬을 했다. 오찬에 참석한 북측 인사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2009년 방문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여사 일행은 오찬 뒤 조문할 때까지 초대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현 회장 일행의 오찬 뒤 일정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대아산 임직원이 대거 방북한 만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와 관련한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은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조문을 마치고 오후 6시 반 기념궁전을 떠나 백화원초대소로 돌아왔다. 기념궁전에서 초대소까지 거리는 약 3km다. 한 소식통은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이 초대소로 돌아온 뒤 만찬을 했다. 북측에서 누가 만찬을 주재했는지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문단 일행을 백화원초대소에 머물게 한 것은 북측이 이 여사와 현 회장에게 최고위급 귀빈 예우를 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이 여사 등이 김정은과의 대면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보다는 의례적인 조의와 감사 인사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행이 백화원초대소로 돌아온 뒤 만찬이 열렸기 때문에 김정은이 만찬장을 깜짝 방문했을 가능성은 있다. 일행은 당초 27일 오전 8시 평양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8시에 조찬을 하는 것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이날 오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개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북측 통행검사소에 도착한 조문단 일행은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 부위원장은 2009년 8월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을 때도 개성에 나왔다.

조문단은 방북에 앞서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짧게 성명을 발표했다. 이 여사는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을 통해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 때 김 위원장이 조문 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준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며 우리의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윤 사무총장은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갖고 가느냐’는 질문에 “순수한 조문”이라고만 답했다.

이 여사가 오전 7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출발하기 전 민주통합당 원혜영 이용선 공동대표, 박지원 의원, 권노갑 한광옥 전 의원 등 30여 명이 배웅했다. 김천식 통일부 차관도 자택을 방문했다.

25일 밤 이 여사를 만난 박 의원은 “이 여사께서 저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함께 가지 못한 점을 매우 불안해하고 염려했다”며 “이 여사는 어젯밤에도 잠을 못 주무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