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국정 운영?” 부장검사가 판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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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TF는 삼권분립 침해”김용남 검사 FTA개입 지적

현직 부장검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연구를 위해 대법원장에게 청원을 추진하고 있는 판사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43·사법시험 32회)가 판사 174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서 작성에 착수한 것은 ‘삼권분립 침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김용남 형사3부장(41·사법시험 34회)은 4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법정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법원행정처에 두도록 대법원장에게 청원하겠다는 것은 백 번을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한 초헌법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부장은 FTA 연구 TF를 법원행정처에 두는 것은 “헌법재판소를 존재 이유가 없는 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조약체결권을 가진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국민을 판사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는 법정의 피고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이미 발생한 개별 사안에 대해 법률 해석 권한만 가지고 있는데 아직 시행된 적이 없는 한미 FTA에 대한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판사들이 재판을 해서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논리”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일부 판사들의 행태는 오만의 극치”라며 “사법부의 독립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판사들 중 일부가 ‘사법부의 독재’를 꿈꾸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김 부장은 “한미 FTA에 대해 찬반 주장을 하거나 검사로서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에 다니며 헌법을 공부하고 건전한 상식을 갖고 생활하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글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김하늘 부장판사는 일부 법관들의 한미 FTA 반대글 게재로 논란이 일자 1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법리적으로 재검토할 TF 구성을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74명의 판사들이 댓글로 동의했고 김 부장판사는 청원문 작성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문은 이르면 다음 주초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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