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송월주 회고록] ⑫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은 자기 종교 버려야”

동아일보 입력 2011-11-17 03:00수정 2011-11-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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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구하러 다녔소
2007년 1월 신년 인사를 위해 조계종을 찾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왼쪽)가 총무원장 지관 스님으로부터 건강 팔찌를 선물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는 종교 편향 시비로 불편한 관계가 됐다. 동아일보DB
2008년 8월경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모임이 청와대에서 열렸다. 기념사진을 찍은 뒤 박재완 청와대국정기획수석의 요청으로 별실에 갔더니 이명박 대통령(MB)이 있었다. MB는 대뜸 촛불시위를 화제에 올렸다.

“광우병 촛불시위와 관련된 사람들이 조계사로 갔는데 내보낼 방법은 없습니까.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승용차 트렁크 검사는 우발적인 것입니다. 불교계와의 갈등을 풀 방법이 있습니까.”(MB)

“내가 총무원장으로 있을 때에도 노동자와 농민들이 조계사에 오래 있었습니다. 힘으로 해결하려면 부작용이 큽니다. 때가 될 때까지 두어야지 손대면 덧납니다.”(송월주 스님)

MB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 지관 스님과의 전화통화 내용도 소개했다. 지관 스님이 “(트렁크) 검사가 고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 조계사 분위기가 너무 나쁘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집권 초기 촛불시위로 흔들렸던 MB의 고민이 그대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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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서울시장 후보였던 MB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20여 회 그를 만났다. 서울시장 재임 때에는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발언해 불교계가 벌컥 뒤집혔다. 그 무렵 한 식당에서 만나 해명을 요구하자 MB는 “행사에 뒤늦게 도착해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 본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MB가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에는 친형인 이상득 의원, 불교통인 주호영 의원, KBS 앵커로 이름을 날린 길종섭 씨가 내가 있는 서울 광진구 영화사를 찾아왔다. 이들은 MB에 대한 불교계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불교계는 박근혜 씨가 절에 오지 않아도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이 후보의 경우 불교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 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

내가 본 바로는 역대 대통령 중 김대중 대통령(DJ)과 MB가 국정 현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떤 사안이든 막힘없이 내용을 제대로 전달했다. DJ가 이상주의적 웅변으로 설득하려고 했던 반면 MB는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MB의 말은 길지는 않지만 나름 설득력이 있다.

나는 집권 내내 MB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소통문제라고 생각한다. MB는 경제 성장이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등을 통해 국격(國格)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빈부 격차의 해소를 위한 노력은 성과가 부족했고 20, 30대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도 약점을 보였다. 어찌 보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종교와 세대, 정파(政派) 등과의 소통을 태생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MB는 이전의 대통령들과 달리 정치인보다 경제인에 가깝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계산이 명확한 경제 감각과 개신교 신앙관이 아닌가 싶다.

물의를 빚은 MB의 통성기도는 유난히 복음주의적인 한국 개신교 특성과 대통령이기에 앞서 독실한 신자를 자처하는 그의 정서를 감안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다. 시킨 사람이나 따른 사람 모두 딱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과 만나 예를 올리고 싶지만 나라 법을 이유로 합장만 한 것과도 비교가 된다. 대통령, 그 무겁고 외롭고 서러운 자리는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신앙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오해가 될 만한 종교 색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국민이 마음을 내주고 따를 수 있지 않나. 소통과 관련해 한 모임에서 한 MB의 말이 떠오른다.

“다들 소통, 소통하는데 이게 마음대로 쉽지 않습니다. 소통하려고 그렇게 애쓰고 만나자고 하는데 아예 문을 닫아버리니…. 외교 결과나 현안을 설명하려고 해도 정세균 대표도 그렇고, 박근혜 씨도 만날 수가 있어야지요.”

나와 남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기적 세계관을 담은 의상대사의 게송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라고 했다. 그렇다.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이며 티끌같이 작은 속에서도 우주가 있고 낱낱의 티끌마다 우주가 들어 있다.

정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⑬회에서 송월주 스님은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JP)를 회고합니다. 대권은 못 잡았지만 글씨 하나만은 3김 씨 중 JP가 최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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