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예술섬-서해뱃길 예산 8492억 전액 삭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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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2012 예산안 21조7973억 확정

서울시가 10일 발표한 2012년도 예산안의 초점은 ‘복지 서울’로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전면 무상급식 실시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시행처럼 보편적 복지 정책을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이 예산 편성에서도 복지 분야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성장형 사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박 시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복지)가 바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 전체 사업비의 31.1%가 복지 예산


시가 이날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외형상으로는 복지 예산이 5조1646억 원으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지만 시가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사업비 16조6223억 원의 31.1%에 이른다. 지난해 복지 예산은 4조5601억 원으로 전체 예산 가운데 24%, 사업비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28.8%였다. 박 시장은 공약으로 2014년까지 복지 예산을 전체 예산의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체 예산 중 복지 예산이 30%를 넘어서면 가용 사업비 중 40% 이상이 복지사업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도시개발 정책도 복지에 중점을 둔 사업 위주로 구성됐다. 공공임대주택 8만 채 건설과 전세보증금센터 설치, 동별로 2개씩 국공립 보육시설을 갖추기 위해 쓸 예산만 6884억 원에 이른다. 이날 박 시장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선보이며 기자들 앞에서 예산안에 대해 설명했다.

○ 1인당 세금 부담 증가율은 21.5배


내년도 시 예산 규모가 올해보다 5.9% 증가함에 따라 시민이 부담해야 할 세금도 올해보다 8만6000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총 114만 원을 냈던 시민들은 내년 한 해 동안 총 122만6000원을 내야 한다. 이는 올해 대비 올해 1인당 세금 부담액이 4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던 것에 비해 21.5배로 늘어난 수치다. 또 서울 시민이 부담하는 1인당 세금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2위는 제주도로 87만6000원이다.

1인당 세금 부담이 높아진 것에 대해 박 시장은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내고 있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 조세 저항이 없다”며 “시민들이 내신 세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신뢰를 높이고 더 많은 혜택을 돌려드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시 예산안을 두고 진보·보수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반대해 온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한강 토목예산을 삭감한 것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정의 과도한 토목행정을 심판한 보궐선거의 의미를 되새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했던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하태경 대변인은 “부채를 7조 원 줄이겠다는 계획이 추상적이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 ‘오세훈표 사업’ 줄줄이 백지화


오 전 시장 시절 서울시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됐던 대규모 사업 예산은 대부분 삭감되거나 백지화됐다. 한강예술섬 건설을 위한 6735억 원과 서해뱃길 1757억 원은 전액 삭감됐다. 현재 이 두 사업에만 들어간 돈이 596억 원에 이르고 있어 향후 재추진 여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될 사업조정회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상습 정체구간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강변북로 확장 사업 또한 유보됐다.

임기 중 7조508억 원의 채무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도 제시했다. 시 자체 채무를 2014년까지 1조3032억 원 감축하고 SH공사 채무를 총 7조1369억 원 줄여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SH공사가 사업 80% 완료 시점에서 분양하던 후(後)분양제를 40% 완료 시점으로 완화 적용하기로 해 분양사업비를 조기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워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공공요금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요금을 올려도 될 만한 상황이기는 하나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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