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기 전세계 동시출간]“마스크 모양이 영…” 병상서도 디자인 집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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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공식전기’ 뭘 담았나

‘IT 거인’ 삶의 흔적 24일 발간된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에 실린 생전의 잡스. ① 양아버지 폴 잡스의 품에 안겨 있는 스티브 잡스(1956년). ② 고교 시절 3학년 졸업생들을 놀리는 걸개그림을 잡고 서 있는 잡스와 친구 알렌바움. ③ 아내 로렌 파월과 잡스. 1991년 서른여섯 살의 잡스와 스물일곱 살의 로렌 파월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④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50세 생일 파티. 민음사 제공
‘IT 거인’ 삶의 흔적 24일 발간된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에 실린 생전의 잡스. ① 양아버지 폴 잡스의 품에 안겨 있는 스티브 잡스(1956년). ② 고교 시절 3학년 졸업생들을 놀리는 걸개그림을 잡고 서 있는 잡스와 친구 알렌바움. ③ 아내 로렌 파월과 잡스. 1991년 서른여섯 살의 잡스와 스물일곱 살의 로렌 파월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④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50세 생일 파티. 민음사 제공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민음사)가 24일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신비주의로 일관했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전기를 통해 ‘약간의 지혜’를 남기고 싶어했다.

이 책은 미 시사주간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CNN 전 CEO인 월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2년간 스티브 잡스를 40여 차례 인터뷰한 뒤 쓴 첫 공식 전기다.

책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가진 인생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 두 번째는 이를 영구히 지속할 수 있는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잡스가 인재를 뽑는 원칙은 회사에 ‘머저리가 급증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었다.

“맥(매킨토시) 팀은 그와 같은 완전한 팀, 즉 A급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어요. 사람들은 그들이 서로 사이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저는 A급 선수들은 A급 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들은 단지 C급 선수들과 일하는 걸 싫어할 뿐이지요.”

이 책에서 잡스는 그동안 철저히 감춰온 개인사를 공개했다. 어린 시절 입양된 잡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누군가가 ‘양부모’라고 부르거나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들은 1000% 제 부모님”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반면 생부모에 대해서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에 선(禪)불교와 채식주의, 환각제인 LSD에 빠져든 경험도 고백했다.

인도 순례 여행을 다녀온 후 잡스는 “선불교의 직관적 통찰은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훗날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잡스는 팬이 필요없는 전원 공급장치를 원했다. 컴퓨터 내부의 팬이 내는 소음이 정신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물질적 소유에도 무관심했다. 집이 너무 검소해서, 그를 방문했던 빌 게이츠는 당황하며 “가족 모두 여기서 사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또 그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 등을 읽으면서 채식에 빠져들었다. ‘애플 컴퓨터’란 이름도 채식주의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마침 그때 저는 과일만 먹는 식단을 지키고 있었어요. 사과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고요. ‘애플’은 재밌으면서도 생기가 느껴지고 또 위협적인 느낌이 없었지요. ‘컴퓨터’란 말의 강한 느낌을 누그러뜨려 주잖아요.”

어릴 적에 아버지로부터 완벽주의를 배운 그는 투병 중에도 디자인에 집착했다.

“한번은 폐 전문의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했다. 그러나 잡스는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손가락에 끼운 산소 모니터도 너무 볼품없고 복잡하다며 불평했다. 그러고는 더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잡스는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 루퍼트 머독과 만나 “오늘날의 주요 양대진영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아니라 건설주의와 파괴주의”라며 “폭스뉴스는 파괴적인 사람들에게 주사위를 던졌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전기는 잡스가 아이작슨과 죽음에 대해 나눈 대화로 끝을 맺는다.

“그(잡스)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아마 그래서 제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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