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순창군수 재선거 출마자 ‘경쟁주자 매수’ 현장 녹취록 입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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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심 쓸수 있게 인사권 일부 달라”→ “남자답게 3분의 1 줄게”
“경비가 이것저것 다섯개 들어갔는데…”→ “오케이, 두개 보상할게”

“군수에 당선되면 권한이 많을 거예요. 그 권한 일부를 저한테 주실 수 있어요?”(조 씨)

“어떤 부분? ‘전권을 나한테 주시오’ 이래 버리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고….”(이 후보)

“일부를 달라는 것이지. 나를 열심히 도와준 사람을 사무관이나 6급이나 계장이 되도록 저한테 부탁하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니오. 그럼 제가 (이 후보에게) 쪽지를 주면 어지간하면 좀 (승진) 시켰으면 좋겠소. 내가 다 달라는 게 아니고, 예를 들어서 3분의 1이 됐든지. 내가 인심을 쓸 수 있도록….”(조 씨)

“오케이. 내가 남자답게 3분의 1의 권한을 줄게.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지 말고.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고….”(이 후보)

8월 20일 오후 2시 50분. 10·26 전북 순창군수 재선거 출마를 준비하다 포기한 전직 교육장 조모 씨의 선거준비사무실에서는 이런 은밀한 대화가 오갔다. 이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모 후보(구속)를 돕는 대가로 인사권 3분의 1을 보장받은 조 씨는 선거비용 보전으로 화제를 옮겼다. 검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보한 조 씨와 이 후보의 녹취록을 21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했다.

“두 번째는 내가 2년간 이것저것 하면서 경비가 정말로 많이 들어갔어요. 그 일부를 저한테 보상을 좀 해줄 수가….”(조 씨)

“그래, 줄게. 얼마인지는 모르겠는데.”(이 후보)

“제가 2년 동안 쓴 게 다섯 개(본인은 5000만 원이라고 주장) 정도 들어갔더라고요. 내가 그것을 다 요구하는 것은 아니에요. 두 개를 요구할게요. 내가 면책(면 책임자)을 1개 면에 5, 6명씩 뒀어요. 집계해서 장부까지 다 있어요.”(조 씨)

“두 개를? 내가 직접 보상해줄게. 단, 내가 지금 선거를 치러야 돼. 이겨야 되잖아.”(이 후보)

“그럼 절반은 지금 주시고 절반은 선거 끝나고 주세요.”(조 씨)

“오케이, 그럽시다. 선거 끝나고 보상해줄게.”(이 후보)  
▼ “약속한 내용 글로 써서 나에게 줘야…” ▼
선거뒤에 언제 그런 말 했냐 못하지

조 씨는 대화 30분 만에 이 후보에게서 인사권과 선거비용 보전 두 가지를 모두 얻어냈다. 그러나 이를 문서화하는 부분에선 이 후보도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25분 동안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졌다.

“이것을 저한테 어떻게 확인해주실래요?”(조 씨)

“어떤 것을?”(이 후보)

“지금 나하고 (한) 대화 내용을 후보님이 확인을 해줘야지 서로 믿고 그런 거지. 막상 그(군수) 자리 가면 정신도 하나도 없고….”(조 씨)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이 후보)

“후보님이 이 내용을 글로 써서 나를 줘야 내가 가슴속에 품고 다니면서 선거하는 것이지 (후보님이 선거 후에) 내가 언제 그 얘기 했냐 해버리면 내가 뭐라고 해요. 안 그래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조 씨)

“그렇지. 그런데 위험부담이 따르지 않을까?”(이 후보)

“아니 그게 뭐 위험해요. 약속을 안 지켰을 때 위험한 것이지 약속을 지키려고 마음먹으면 왜 위험해요.”(조 씨)

“하긴 하는데 그 방법이…. 문서가 나중에 문제되는 경우가 있어요.”(이 후보)

“내가 후보님을 돕는 것은 한 몸이 되는 것인데 그것을 못 해주겠다면 다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내가 다른 후보에게 갔었는데 ‘보상해 줄 테니 이리 오시오’ 그러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요. 그게 사람 마음이다 그 말이오. 내가 배운 것은 정치하는 놈들은 믿지도 말라는 거고, 문서로 못 남긴다 하는 것은 내가 지킬 자신이 없다는 것하고 똑같아요.”(조 씨)

“쪽지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요. 적어놓고 그러면.”(이 후보)

“두 가지를 다 승낙했는데 메모를 하느냐, 안 하느냐인데 그것을 안 해주면 나도 못해요. 보장이 안돼요.”(조 씨)

“알았어.”(이 후보)

“제가 컴퓨터로 쳐가지고 후보님 사인 한번 해 주시고 내가 본격적으로 할게요.”(조 씨)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이 후보)

조 씨와 이 후보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전주지검에 따르면 이 후보는 특정인을 매수한 혐의, 조 씨는 금품 등을 요구한 혐의다. 선관위는 두 사람 간의 후보 매수 혐의를 제보한 A 씨에게 역대 최고 신고포상금인 1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선됐다면 결국 당선무효가 됐을 것이고 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순창 재선거 관리비용 6억 원과 보전비용 환수 최고액 1억1900만 원을 고려해 역대 최고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혐의를 부인하며 옥중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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